더울 때는 시장 보기 힘들어요

손주들을 위한 식단 준비

by 녹주고우


더울 때는 시장 보는 일이 쉽지가 않다. 낮보다 이른 오전이 좋다. 손수레를 들고 나간다. 재래시장에서는 참기름이나 고춧가루 등 김치 담글 때 재료를 주로 사지만, 대부분 마트에서 장을 본다. 마트 안은 시원하고 쾌적하다. 무거운 생활 용품은 쿠팡으로 주문한다.


내가 장을 보는 이유는 손주들 매일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다. 학교, 학원 마치면 하나, 둘, 셋 손주들은 할머니 집으로 온다. 매일 똑같은 음식을 하는 건 아니라서 한 가지씩은 다른 메뉴로 하기 위해서이다. 과일도 잘 먹기 때문에 두서너 종류는 자주 사 온다. 꼭 오늘처럼 일부러 시장 보러 나가기도 하지만, 밖에 일을 보고 들어올 때도 요리에 필요한 것을 생각해 두었다가 사고 들어온다.


주로 잘 만드는 것은 돼지고기 요리이다. 어느 날은 수육을 삶고, 두루치기도 하고, 삼겹살로 김치에 구우면 잘 먹는다.

가끔 돼지고기, 감자 넣고 카레 요리도 한다.

멸치 국물 다시 내어 신 김치, 계란 지단 얹고 국수도 만든다. 의외로 국수를 좋아해서 좋다.


그런데 생선 요리는 잘 안 먹는 편이다. 그래도 가끔 자길치 시장에 들려서 조기도 몇마리 사고 조개, 전복 등 이것저것 사고 온다. 조기도 굽고, 전복죽도 만들면 잘 먹는다.


오늘은 부추전을 해 보기로 했다. 부추전에도 멸치 다시 국물 내고 식혀서 부침가루에 넣고 오징어. 담치, 풋고추. 부추, 양파 등 간을 맞추고 냉장고에 30분쯤 넣어다가 전을 만들면 바삭하고 고소하다.

식구들은 모두 잘 나누어 먹었다.


요즘은 시원한 수박도 인기이다.

수박도 통으로 사 오면 쪼개서 사각으로 썰면서

씨를 다 빼서 통에 넣는다. 참외도 마찬가지다.

다른 과일들도 모두 씻어서 닦고 냉장고에 넣어둔다. 밥 먹고나서, 먹고 싶을 때 바로 꺼내 먹기 좋도록 해 둔다.

이것도 딸 집에 나누어 준다.


이렇게 더울 때는 물김치도 꼭 있어야 해서 며칠 전에 열무김치를 담구었다. 배추김치, 무김치도 꼭 있어야 한다. 만들면 이것도 딸 집, 동생 집에도 나누어 준다.


손이 부지런한 만큼 음식 가짓수도 늘어나고 집에서 만든 음식이 좋다. 밖에서 사 먹는 것도 좋지만, 좀 별로인 음식도 있다. 이렇게 더울 때는 팥빙수, 냉면도 좋다.


"할머니 오늘 뭐 먹어?"

" 국수 해 줄까?""아니 떡볶이" 한다. 아이들은 밖에 음식에도 길들려 져 있어서 내가 원하지 않은 요구를 할 때도 있다. 그때는 사 먹기도 한다.


참, 우리 집 17세 어르신 강아지가 있다. 참 애도 손이 많이 가는 애다. 강아지 애도 사서 먹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애 음식 식단은 동생 몫이다. 왜냐하면 이가 없기 때문에 여러 야채랑 소고기 갈아서 부드럽게 해서 만들어 온다. 과일도 갈아서 먹이고, 영양제도 먹이고. 매일 나가서 운동한다. 강아지는 관리해 주는 만큼 오래 사는 것 같다. 손주들도 강아지랑 오랜 시간 정들었기 때문에 잘 놀아주는 모습을 보면 할머니는 기쁘다.


"애들아,

할머니가 부지런을 떠는 이유를 알겠지,"

"네" 큰 손녀가 말한다.

"난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김밥이 제일 맛있어요!"

라고 말하면 할머니는 곧 손녀 바보가 된다. 바로 다음날은 김밥 재료 준비하러 마트로 간다. 할머니가 손주들을 위한 식단 준비는 매일 즐겁다.


그러다 어느 날은 딸이 "엄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하고 나를 밖으로 불러낸다. 그때는 정말 행복하다.

내가 요리 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한 음식을 대접 받는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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