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만찬, 닭죽 한 그릇
오늘은 내가 만든 것 말고 누군가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 싶다. 나에게 있어서 요리는 손주들을 위한 요리이다. 그런 요리 말고 내가 먹고 싶을 때 즉석 만들어 먹거나 밖에 나기서 사 먹는 이런 요리가 먹고 싶다. 그러나 오늘따라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해도 딱히 먹을 게 없다.
딱히 챙겨 나가서 사 먹고 싶지도 않다. 챙기는 것도 귀찮다. 그냥 먹을 게 눈앞에 있어 주면 기운이 날 것 같다.
오지기도 여름 감기를 앓고 있다. 콧물, 눈물을 쏙 빼고 있다. 머리도 지근지근 아프고 무언가 먹고 싶은데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지 아픈 것 같다가 뭐야, 먹고 싶으면 먹고 싶다고 해야지, 아무리 혼자 끙끙해 봐라. 누가 알아주는가, 나에게 채찍을 한다. 그렇다고 아프다고 주위에 얘기해 보았자 그다지 신경 써 주지도 않는다. 알아서 챙기라는 말이다. 요즘 다 바쁘게 살아서 앞집 옆집도 별 신경 쓰지 않는다. 다행히 주말이다. 딸은 "엄마 약 잘 챙겨 먹고, 주말이라서 푹 쉬어, " 딸의 말에 힘이 난다. 자식도 그 정도 말이 최고다. 자꾸 아프다고 하면 그땐 핀잔으로 돌아온다. "건강 잘 챙겼어야지, 병원도 가고 약도 먹고 했어야지." 그럴 거다.
나를 위하는 건 내가 챙겨야 하는데, 그러지를 잘 못한다. 감기 정도야 좀 지나면 낫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런데 요번 감기는 좀 오래가는 게 분명하다. 동생이랑 트레이더스 마트에 들렀다. 복숭아, 수박이랑 토종닭 두 마리를 샀다. 푹 고아 먹어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보니 오늘이 초복이었다. 초복 앓이를 하고 있었다. 잘 되었다 싶었다. 닭 두 마리와 약재 넣고 삶고 있다. 인삼, 전복도 넣었으니까 요거 먹으면 기운이 날 것 같다.
어느 무덥던 날 어머니가 시장에 다녀오시더니 장작불을 지피고 계셨다. 여러 가지 약재를 넣고 닭을 고으셨다. 그 냄새가 참 좋아서 그 더운 불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딱 보아도 요즘 어머니께서 기운이 없어하신 걸 나는 어림으로 알고 있었다. 당신을 위해서 약으로 고시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참 후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서 어머니랑 딸은 그 약재 고기를 먹을 수가 있었다. 왜 부엌에 앉아서 먹었을까, 아마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다른 가족에게 미안해서 그랬을 것이다. 기어이 나는 그 약재
고기를 뺏어 먹고야 내 몫이 아닌 건데 생각
했다.
지금 쯤 어머니가 계셨다면 시원한 삼계탕 집 모시고 가서 대접했을 수도 있으련만,,,
제법 닭이 잘 고와지고 있다. 한 마리는 먹을 것이고, 또 한 마리는 내일 손주들 오면 주어야지 생각하고 있다. 어느 정도 끓이면 씻은 쌀도 넣어야 한다. 아주 조금만 넣어야 녹두랑 어우러져서 씹히는 맛도 좋고 고기 맛도 좋다.
어느 정도 삶아진 것 같아서 닭과 약재들을 건져내었다. 닭은 대충 살을 발라 놓았다.
국물에 초벌 삶은 녹두랑 씻은 쌀이랑 적당량을 넣고 끓여야 한다. 씻은 쌀이 어중간하게 남을 것 같아서 모두 넣었다. 발라놓은 닭고기도 넣었다. 사실 탕을 끓이려고 했는데 죽이 되어 버렸다. 죽 양이 엄청 많아져 버렸다.
약간 걸쭉한 맛에 파 송송 썰어서 국물을 들으키며 먹고 싶었는데 완전 닭죽이 되어 버려서 언제 이 죽을 다 먹어야 되나? 걱정부터 앞섰다.
딸이랑, 동생에게 "닭죽 엄청 맛있네, 조금 보낼게" 하고는 거의 나누어 보냈다. 만든 음식은 그때그때 먹어야 해서 되도록 냉장고에 넣기 전에 먹어야 좋다. 나도 삼계탕이 아닌, 닭죽 한 그릇으로 기운을 내야 했다.
옛날에는 백년손님이 오면 닭 요리를 해 준다고 들었지만, 사실 요즘 닭 요리는 특별한 게 아니다. 가끔씩 이렇게 백숙도 해 먹지만, 찜닭 요리도 만든다. 당면이 들어간 찜닭요리는 손주들이 더 좋아하지만 나도 좋아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닭죽 한 그릇으로 감기가 나을 것 같지 않다. 내일은 병원부터 가 보아야지 생각 중이다. 목욕 찜질도 하고 나에게 시간을 투자해 보자 생각 중이다. 요즘 나의 몸을 소홀한 탓도 있다.
여름의 맛은 이열치열이라고 한다. 뜨거운 맛과 감기 맛이 그럴싸하게 잘 가미되고 있다. 여름 한복판에서 매미들이 목청껏 짖어대는 이유를 알겠다. 저 매미 소리가 없다면 누가 땀을 흘리겠는가. 누군가는 여름 감기도 앓고 가야 건강한 여름 나기가 된다.
에어컨 없이도 창틈으로 들어오는 자연 바람 한줄기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부채바람처럼 좋다. 그나저나 한낮은 뜨겁고 지금 시간 때에 아파트 내 한 바퀴 돌고 와야겠다. 감기가 나으려나. 몸이 자연을 원한다. 그나마 아침이라서 좋다.
<나만의 여름 건강하게 보내기>
샤워 자주 하기,
물 많이 마시기,
과일 많이 먹기,
서늘할 때 아침, 저녁 운동하기
꼭 여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감기를 앓으면서 건강한 여름 나기에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