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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Sep 23. 2024

(공포 소설) 나홀로 강령술

나 홀로 남는 강령술




<수상한 사건일지> '나 홀로 살아남는 강령술'     

 


 해가 지고 난 후, 텅 빈 교실.

 어두컴컴한 가운데, 핸드폰 플래시 하나가 번뜩였다. 불빛 주위로 네 명의 고등학생이 둘러앉았다. 각각의 이름은 기수, 태현, 민철, 영훈이었다.

 기수가 말했다. 

 

 “야, 촛불도 아니고 핸드폰 플래시로 강령술이 돼?”     

 

 태현이 답했다.     


 “괜찮아. 쪽지에 쓰여 있었잖아.”     


 민철이 물었다.     


 “쪽지는 어디서 난 거야?”     


 영훈이 끼어들었다.     


 “오늘 청소하다가 선생님 책상 밑에서 발견했어.”     


 옹기종기 모인 넷은 핸드폰 플래시 옆에 놓인 쪽지를 펼쳤다. 아기자기한 글씨체로 적힌 쪽지는 조악한 보드게임 설명서와 비슷했다.


 

*

 [의문의 쪽지]     


 강령술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금부터 설명할 강령술의 이름은?!

 

 ♥두-둥♥

 ▶나 홀로 살아남는 강령술◀     

 인원: 2인~4인

 준비물: 촛불 1개(핸드폰 플래시, 손전등도 무관)

 순서

 (1) 촛불 혹은 핸드폰 플래시나 손전등을 켜고 둘러앉는다. 이때, 불빛이 위를 향하게 한다.

 (2) 강령술 참여자들은 순번을 정해 차례로 괴담을 말한다. 여기서 길이는 무관하다.

 (3)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귀신이 나타난다.

 (4) 강령술 참여자가 모두 이야기를 마치면 강령술이 종료되며, 홀로 살아남는 자가 있다.

 

 ※주의 사항※

 넷이지만, 셋만 있고.

 셋이지만, 둘만 알고.

 둘이지만, 홀로 간다.

 혼자일 때, 셋은 없다.


 

 *

 쪽지를 읽은 넷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수가 중얼거렸다.     


 “주의 사항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


 태현이 동조했다.


 “그러게. 뭘 주의하라는 건지 제대로 말해줘야지.”


 민철도 끄덕였다.


 “아무리 읽어도 모르겠어. 그리고 너무 장난 같지 않아? 강령술 설명서가 이렇게 가벼울 수가 있나?”


 영훈이 피식 웃었다.


 “가볍든 무겁든, 일단 해 보면 알지 않을까?”


 ‘넷’은 자리를 잡고 순서를 정했다. 기수가 먼저 자신이 아는 가장 무서운 괴담을 시작했다.


 “우리 학교 지하실에서 귀신이 나온단 소문이 있어.”


 이내 기수의 이야기가 끝났다. 순간, 핸드폰 플래시가 꺼졌다. 넷은 놀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1초, 2초, 3초…….

 번쩍. 핸드폰 플래시가 돌아왔다.

 ‘셋’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태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 놀랐어! 대박이야. 혹시 어두웠을 때 귀신이 나타났던 걸까?”     


 민철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 그럴 수도 있겠다. 영훈아 너 뭐 봤어?”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영훈이 살며시 눈을 떴다.     


 “아니. 무서워서 그냥 눈 감았어. 헤헤.”     


 영훈을 잠깐 놀린 태현이 무게를 잡았다.     


 “자, 그럼 괴담을 시작해볼게. 내가 겪었던 일인데 말이야…….”     


 태현의 이야기는 금방 끝이 났다. 또 플래시가 꺼졌다.

 1초, 2초, 3초.

 핸드폰 플래시가 켜졌다.

 남은 ‘둘’은 아까보다 많이 놀라지 않았다. 혹시나 또 꺼질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민철이 기지개를 켰다.     


 “와, 이거 진짜 긴장된다. 계속 깜빡거리잖아.”     


 영훈이 크게 심호흡했다.     


 “그러니까. 빨리 얘기해. 너 먼저잖아.”     


 민철은 속삭이는 듯 입을 열었다.     


 “내가 할 무서운 이야기는 어디서 들은 거야. 우리 삼촌이 새벽에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에…….”     


 민철의 이야기기는 제법 오랜 시간 이어졌다. 한참 절정으로 치달을 즈음, 핸드폰 플래시가 꺼졌다.

 1초, 2초, 3초.

 핸드폰 플래시가 켜졌다.

 영훈이 치를 떨면서 몸을 일으켰다.     


 “아악! 이게 왜 자꾸 깜빡거리는 거야!”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도저히 못 하겠다. 역시 혼자서 강령술은 오버야.”     


 영훈은 ‘홀로’ 교실을 나섰다. 교문을 통과하던 영훈은 문득 쪽지가 생각났다.     


 “어? 쪽지 어디에다 뒀더라? 에이, 잊어버렸나.”     


 주머니를 뒤지던 영훈이 잠시 멈춰 섰다.     


 “그나저나 쪽지에 적힌 주의 사항은 뭘 말하는 거지? 정말 모르겠네.”          



 *

 아무도 없는 교실 안.

 쪽지 하나가 펄럭이더니 어딘가로 사라졌다. 달빛조차 들지 않는 교실 안에서 어떤 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넷이지만, 셋만 있고.

 셋이지만, 둘만 알고.

 둘이지만, 홀로 간다.

 혼자일 때…….

 셋은 없다.


 히히,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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