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사건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허구도 진실도 아니다. 어느 누군가의 속삭임일 뿐이다.
어느 노래방의 이야기다.
모 대형 노래방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장소는 3층 구석진 곳에 위치한 306호였다. 실연의 상처를 이기지 못한 20대 여성이 마이크 줄에 목을 매 자살한 것이다.
경찰이 도착해 시체를 확인하니 목이 반대로 돌아간 상태였다. 목을 맨 순간 떨어지면서 꺾인 모양이었다. 수사가 끝나고 얼마 뒤, 306호실은 개방되었다. 이상한 일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306호에 배정받은 손님들 대부분이 컴플레인을 걸어왔다. 그 내용은 마이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거나, 기기에서 엉뚱한 반주가 흐르거나, 옆방의 노랫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거나 하는 것이었다. 노래방 직원들은 그때마다 기기를 확인하였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또한 옆방의 소리가 크게 들어올 리도 만무했다. 306호의 오른쪽은 외벽이고 왼쪽은 화장실이니 노랫소리가 들릴 수 없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자꾸 일어나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떠돌았다.
“306호실에서 자살했던 사람 있지? 그 사람 귀신이 들러붙은 것 같아.”
직원들은 일부러 주말이나 공휴일 등 손님이 꽉 차는 날에도 306호실에는 손님을 받지 않았다.
얼마 후, 진수가 이 노래방에 입사했다. 정신없이 수습생활을 보내고 있던 진수는 선배 직원과 함께 새벽근무를 하게 되었다. 시간이 막 자정을 넘기자, 둘은 순찰을 시작했다. 막 3층에 진입하려는데 선배가 급하게 랜턴을 넘기고는 말했다.
“나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 좀 다녀올게. 지금 3층엔 손님 없으니까 대충 훑어.”
선배는 진수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화장실로 향했다. 진수는 피식 웃고는 3층 복도로 들어섰다. 그때 노래방 기기의 반주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손님이 있나?’
반주 소리는 306호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수는 유리문에 얼굴을 붙이고 안을 살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의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방을 착각한 것이라 확신하고 문을 두드렸다.
“네.”
306호 안쪽에서 여자의 대답이 들렸다.
“방을 착각하신 거 같아서요.”
진수가 말했다. 그러나 여자는 대답이 없었다. 다시 문을 두드렸다.
“네.”
“손님, 방을 착각하신 것 같아요. 여기 306호실이에요. 나와주세요.”
“306호실 맞아요.”
“저희는 새벽에 2층까지만 영업합니다. 여긴 3층이에요.”
“306호실 맞아요.”
여자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진수는 점점 짜증이 났지만, 최대한 친절하게 문을 두드리고는 말했다.
“어서 나오세요. 2층으로 안내 도와드릴게요.”
“킥킥……. 306호실 맞아요. 킥킥킥킥.”
등을 돌린 여자가 기분 나쁘게 웃어댔다. 진수는 자신을 무시한 것이라 여기고 언성을 높였다.
“아니라니까요. 손님. 저 좀 보세요.”
“킥킥, 나 306호실 맞는데.”
비웃는 것도 모자라 반말까지……. 화가 난 진수가 문고리를 당겨 안으로 들어갔다. 노래방 기기의 반주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진수가 큰 소리로 말했다.
“얼른 나오세요.”
“킥킥.”
“미치겠네. 웃지 마시고 빨리 나오시라니까요? 여기 306호실이에요.”
“킥킥킥킥.”
“아니 그만 좀 웃으시고…….”
순간 진수는 위화감에 사로잡혔다. 분명 반주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가? 저 여자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진수가 용기 내어 말했다.
“저기요.”
“킥킥-”
“여기 좀 봐요. 내가 우스워요?”
“네?”
“나 좀 보라니까. 이 사람이 장난하나.”
“보고 있잖아.”
여자의 손이 자신의 등으로 꺾였다. 우둑, 우두둑-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306호실을 울렸다. 여자가 머리를 쓸어넘겼다. 당연히 뒤통수여야 할 곳에는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여자의 목은 돌아가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었는데. 킥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