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경비실 소파에 드러누운 찬주가 회색빛 시멘트로 된 천장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사고가 난 다동 사람들은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앉은뱅이 탁자에 올려진 일지로 시선을 돌렸다. 일지를 모두 읽은 찬주는 오후 내내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밖을 보았다. 어느새 달이 떠 있었다.
“그나저나 야간 근무하는 동안 뭘 하고 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책이나 한 권 가져오는 건데.”
크게 하품을 하고 눈을 감았다. 첫 출근이라 긴장했던 몸이 풀리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따르릉-
경비실 전화기 소리에 눈이 떠졌다. 화들짝 놀란 찬주가 급히 전화를 받았다.
“네, 경비실입니다.”
“아이고, 수고하십니다. 여기 다동 206호에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예예,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그제인가부터 위층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들려서 말이에요. 이거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없나요?”
“쿵쿵댄다고요? 306호에서요?”
“제 윗집이니까 그렇겠지요.”
“아아……. 잠시만요. 제가 첫 출근 날이라. 확인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찬주가 곧장 상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저씨, 통화 가능하세요?”
“아, 응응. 찬주 씨? 왜? 무슨 일 있어?”
“층간 소음으로 민원이 왔어요.”
“아아, 근무 일지에도 날짜랑 시간 기재해서 통화한 내용 적으면 돼요. 한 번 살펴보고.”
“다동에서 연락이 왔어요. 206호에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내 ‘쯧’하며 상태의 혀를 차는 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206호에 전화해서 내일 확인해보겠다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후에 끊어요.”
“하지만…….”
“근무 일지 안 읽어봤어요?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고.”
“그래도 사람 사는 아파트인데 별일이야 있겠어요? 다 우연일 수도…….”
“잔말 말고! 잠자코 있으래도!”
“306호에 가봐야…….”
“다동 306호에 아무도 안 살아. 저번 달에 이사해서 집이 비어있다고!”
상태가 전화를 끊었다.
뚜- 뚜- 신호음만 요란하게 울렸다. 찬주의 등에 땀방울이 맺혔다.
‘없다고? 아무도 없다고?’
일지의 내용이 떠올랐다. 아무도 없던 606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문득,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핸드폰을 챙겨 다동으로 향했다. 206호 문을 두드렸다. 할아버지가 찬주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경비원 선생님 오셨구먼. 위층 한 번 확인해보세요. 지금은 또 잠잠하네. 거 참.”
206호 할아버지가 중얼댔다. 순간, 고약한 냄새가 일었다. 찬주가 급하게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아…… 읍……. 지금 올라가 볼게요.”
악취 때문에 정신이 없던 찬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3층으로 올라갔다. 핸드폰 플래시로 호수를 비춰가며 한 칸 한 칸, 발을 옮겼다.
“여기다.”
똑똑-
문을 두드렸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열쇠로 문을 열었다.
기익-
굳어 있던 현관문이 기지개를 켜듯 열렸다. 깜깜한 거실이 찬주를 반겼다.
“아무도…… 없는 거죠?”
조심스레 거실로 발을 옮겼다. 핸드폰 플래시엔 텅 빈 거실만 담겼다.
“뭐야, 아무도 없는데…….”
쿵, 쿵, 쿵…….
안방에서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일정한 속도로 바닥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찬주가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그리고 천천히 안방 문을 열었다.
찬주 앞으로 그림자가 다가왔다.
쿵!
“으, 으악!”
낮게 비명을 지른 찬주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슬쩍 눈을 떴다.
“돌멩이?”
열린 창문 앞으로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떨어져 있었다. 찬주가 안도했다.
“창문이 열려있어서 돌을 던진 건가? 장난친답시고?”
찬주가 열린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멀리서 대학생 두 명이 찬주 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댔다.
“철없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이봐요! 돌을 던지면 어떡해요?”
대학생들이 손을 내저으며 떠들었다.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뭐라는 거야……. 한 번만 더 장난치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버럭 외친 찬주가 창문을 닫으려 할 때였다.
“벽! 벽을 타고 뭔가가 안으로 들어갔어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정확히 들렸다.
달칵- 창문이 닫혔다.
찬주의 손이 덜덜 떨렸다.
“벽을 타고 뭐가 들어왔다고……?”
쿵, 쿵, 쿵…….
소리가 들렸다. 바로 등 뒤에서.
찬주가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의 다리가 보였다. 시선을 내렸다. 배와 가슴, 머리가 차례로 보였다.
“아…… 아…….”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머리를 땅에 찧으며 곧게 물구나무를 선 여자가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은, 찬주의 얼굴을 보자 입이 찢어지라 미소지었다.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갈 거야……. 너와 함께.
히히,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