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신고
똑똑-
작은 쪽문이 덜컹댔다. 밖에서 누군가 노크를 한 것이다.
“들어오세요.”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쪽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임찬주입니다.”
경비복을 입은 30대 남자, 찬주가 멋쩍게 인사를 건넸다.
“오, 일찍 오셨구먼.”
쪽문 안쪽에서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강상태입니다.”
“아, 예. 여기서 안내를 받으면 된다고 해서요.”
“그렇죠. 여기가 경비 관리실이니까. 우선 자리에 앉아요.”
찬주가 자리에 앉자, 상태는 작은 냉장고에서 과일 주스 하나를 꺼내 왔다.
“이거 들어요.”
“고맙습니다.”
“경비 일은 처음이신가?”
“네. 그래서 아무것도 몰라요. 잘 알려주세요. 선배님? 아니, 선생님?”
“하하,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요. 그리고 경비 일이란 게 별 것 없어요. 정해진 시간에 순찰 돌고, 주민들이 도와달라고 하는 거 있으면 도와주면 되고. 그런데 너무 나서진 마.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 피곤해.”
농담 섞인 말에 찬주가 미소를 지었다.
‘같이 일하시는 분이 성격이 좋은 것 같아. 다행이야.’
찬주는 속으로 생각하며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야간 순찰은 돌아가면서 하면 되고. 딱히 이상한 점이 없으면 띄엄띄엄해도 돼.”
“아아, 그렇군요.”
“음, 하나 어려운 게 있는데 말이야.”
상태가 말끝을 흐렸다. 불안한 침묵이 흘렀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어려운 거라면……?”
“민원에 대한 거야.”
“민원이요? 아아, 골치 아픈 민원이 들어왔을 때 해결하기 힘들다 그런 건가요?”
“아니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야. 단지 근무 일지에 적어 놔야 하는데…….”
상태는 검고 두꺼운 노트를 꺼내 찬주 앞에 두었다.
“여기다 적으면 돼.”
“적는 방법이 복잡한 건가요?”
“방법이라고 할 것도 없어. 보면 알겠지만, 날짜랑 시간 그리고 내용만 적으면 돼.”
근무 일지를 보던 찬주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렵다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쉬웠으면 쉬웠지.
“아저씨, 죄송하지만 어렵다고 한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서요.”
찬주의 말에 상태는 얕은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나 잠깐 순찰 돌고 올 테니까, 근무 일지 쭉 읽어봐요. 이상한 부분이 있을 거야. 아, 이 근무일지는 내가 쓴 건 아니고, 자네 오기 전 선임이 작성한 거야.”
상태가 관리실을 나섰다. 잠시 관리실을 둘러보던 찬주가 과일 주스 뚜껑을 열어 단숨에 들이켰다. 첫 출근 긴장에 목이 잔뜩 탔던 터였다.
“어휴, 살겠네.”
근무 일지를 폈다. 화분이 깨져 치웠다거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수리를 맡겼다거나 하는 등의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었다.
“뭐가 이상하단 거지.”
반 정도 읽어나갔을 때, 찬주의 손이 멈췄다.
“응? 이 내용은 느낌이 묘한데?”
*
[경비실 근무 일지]
모년, 모월, 모시.
다동 506호에서 층간 소음으로 민원이 들어왔다. 받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새벽만 되면 쿵쿵대는 소리에 잠이 깹니다. 위층 확인 좀 해주세요.”
“아, 그래요? 제가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부탁 좀 드릴게요. 참아보려고 했는데 며칠 내내 이러니까 돌아버리겠어요.”
“예, 예. 잘 알겠습니다.”
다동 506호 윗집은 다동 606호다. 입주자 핸드폰 번호를 찾기 위해 명단을 살폈다. 그러나 606호는 지금 비어있는 상태였다. 즉시 506호 입주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비실입니다. 지금 606호는 비어있는데요?”
“말도 안 돼. 계속 쿵쿵거리고 있다니까요.”
“혹시 지금도 소리가 들립니까?”
“예, 들립니다. 자 들어 보세요.”
506호 입주자는 자신의 핸드폰을 천장에 갖다 댔다. 정말 쿵쿵대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거봐요. 들렸죠?”
“이상하네요. 지금 직접 가보겠습니다.”
이후, 다동 606호의 문을 따고 들어갔지만, 텅 비어있었다. 혹시나 604호나 607호의 소음이 아닐까 확인해 보았지만, 소득은 없었다. 604호는 출장 중이었고 607호는 잠시 고향에 내려간 상태였다.
*
찬주가 일지를 천천히 넘겼다. 일주일 후,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눈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