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무서운 것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허구도 진실도 아니다. 어느 누군가의 속삭임일 뿐이다.
어느 중학교의 이야기다.
중학교 3학년 호영과 한수, 우철은 같은 반에 재학 중이다.
방과 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농구를 하던 셋은 날이 어두워지자 집에 갈 준비를 했다.
그때 한수가 말했다.
“우리 학교 괴담 알아? 밤에 본관에 들어가면 다음 날 사라진다는 거.”
뜬금없는 괴담에 호영과 우철이 멍하니 있는데, 한수가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
“오늘 본관에 한 번 들어가 볼래?”
우철은 재미있겠다며 바로 동의했다. 그러나 호영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반대했다.
“난 괴담 같은 거 안 믿어.”
“너 쫄았냐?”
김이 샌 한수가 빈정거렸다. 그러나 호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방을 챙겼다.
“야, 진짜 같이 안 갈 거야?”
“응, 본관 들어가면 귀신이 아니라 선생님한테 죽어.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거야.”
호영이는 아쉬워하는 한수와 우철을 두고 학교를 나섰다.
다음 날, 호영이 학교에 등교했다. 반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얼핏 들어보니 한수와 우철이의 이야기였다. 한수가 실종되고 우철이는 몸이 좋지 않아 결석했단 것이다.
‘정말 학교 괴담이 사실이었던 거야?’
호영이 놀라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한수가 사라졌다고?”
“응. 엄마가 그랬어. 경찰들도 왔다갔다 하잖아.”
더 얘기를 하려던 차에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어제 학교에서 한수 본 애 있어?”
호영이 손을 들었다. 나머지 친구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담임 선생님은 한숨을 쉬었다.
“너희들 늦게까지 학교에서 놀지 마. 호영이는 잠시 교무실로 내려오고.”
교무실로 내려가자 형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호영이는 그 사람들에게 어제 친구들과 농구 했던 일을 몇 번이나 말하고서야 다시 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날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던 중 우철이를 만났다. 우철이는 하루 사이에 잔뜩 피폐해져 있었다.
“우철아, 너 몰골이 왜 그래?”
“호, 호영아. 바, 바빠?”
“아니…….”
“그럼 얘, 얘기 좀 해.”
우철이는 인적 드문 공원으로 호영이를 끌고 갔다.
“무슨 일인데?”
호영이 답답해서 묻자, 우철이는 두리번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무언가를 대단히 경계하고 있었다.
“어제 한수랑 본관에 들어갔어.”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사라지거나 그런 느낌이 없는 거야.”
“뭐야, 그럼 한수는 어디 간 건데?”
“막 집에 가려는데 경비 아저씨가 우릴 불렀어.”
“경비 아저씨?”
“응, 이 시간에 학교에서 뭐 하는 거냐며, 쫓아왔어. 우린 바로 도망쳤어. 혹시 집에라도 전화하면 혼나잖아…….”
호영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그리고 깨달았다.
“잠깐만…….”
우철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정신없이 떠들어댔다.
“경비 아저씨는 ‘잡히면 죽을 줄 알아!’라고 윽박지르며 우릴 쫓았어. 우린 미친 듯이 뛰었고 정문이 보였지. 막 문을 열려고 할 때 한수가 잡히고 말았어.”
“아니, 우철아…….”
“무서운 마음에 한수를 버리고 문밖으로 뛰쳐나갔어. 나 그때…… 경비 아저씨의 손을 봤어.”
“우철아, 그 있잖아…… 우리 학교엔 경비아저씨가 없잖아…….”
호영과 우철이를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가 서서히 걸어왔다. 그는 경비복을 입은 채 우철이 뒤에 섰다.
우철이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고여있었다.
“경비 아저씨가 손…… 손에…… 칼을 쥐고 있었어.”
경비복을 입은 누군가가 칼을 높이 쳐들더니 우철이의 목을 찔렀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잡히면 죽을 줄 알라고 했지?”
호영은 생각했다.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법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