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에서 본 것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허구도 진실도 아니다. 어느 누군가의 속삭임일 뿐이다.
어느 인터넷 방송의 이야기다.
컴퓨터 모니터에 ‘방송 준비 중’ 이란 문구가 떠 있다.
잠시 후,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방 안이 비쳤다.
이내, 한 남자가 잔뜩 진지한 표정을 짓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안녕들 하십니까, 제 공포 방송에 찾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남자는 인터넷 방송을 하는 BJ였다. 채팅창의 글이 빠르게 올라갔다. 어제 왜 방송을 안 켰는지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자, 여러분 진정들 하시고. 오늘 내가 풀 썰이 장난이 아니거든? 그제 유명한 폐가를 다녀왔어요.”
폐가란 말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대부분 욕이었다. 지난번에도 갔다 오지 않았느냐, 귀신 조작한 것 들키지 않았느냐 등의 내용이었다. BJ가 멋쩍게 웃었다.
“저번에 주작한 건 정말 죄송합니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에 그랬지요-! 귀엽게 봐주십시오!”
후원금이 올라왔다. 괜찮다며 얘기를 빨리 시작하라는 것이다. BJ는 꾸벅 인사를 하고, 사진 한 장을 모니터에 띄웠다.
음산한 분위기의 폐가였다.
“이거 봐봐. 여기가 내가 사는 동네 근처 폐가거든? 1층짜리 작은 주택이고, 낮에 봤을 때 진짜 하나도 안 무서워서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햇빛은 쨍쨍, 모래알 반짝하는 날씨에 보잖아? 그냥 별장 같아. 완전 안 무서워. 그런데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까, 여기가 대박 미친 스팟이라는 거야. 고스트 스팟 알지? 귀신 나오는 곳 말이야.”
시청자 중 몇몇이 후원금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자신들도 그 폐가를 안다는 것이었다. BJ가 연신 꾸벅거리며 메시지에 답했다.
“맞아, 맞아! 우리 rewords님 잘 아시네! 맞아요, 문곡시 온자동 폐가! 어어? 잠시만. 내가 사는 곳을 다 들켰네? 뭐 어때? 이 동네가 좀 넓어? 그리고 만약에라도, 우리 시청자분들이 찾아오시면 내가 맨발로 반겨줘야지. 안 그래요?”
넉살 좋은 BJ의 말에 시청자들이 너도나도 찾아가겠다며 난리였다. BJ가 시청자들을 달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 폐가의 소문이 아주 살벌합니다. 여자의 울음소리랑 비명이 들린대요. 비 오는 날에는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저번엔 근처 지나가던 사람이, 피범벅인 여자가 창문에 서 있는 것도 봤다잖아요. 혹시 무슨 사건인 줄 알고 신고까지 했는데 집은 깨끗했던 거죠. 나 닭살 돋았어. 봐봐요.”
BJ가 자신의 팔을 카메라에 들이밀었다. 소름 돋은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빨리 귀신 얘기나 하라며 성화였다.
“아아, 폐가에서 귀신 봤냐고요? 하아-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나 귀신 봤어요. 근데 여러분 나 안 믿을 거잖아? 또 주작질이라고 욕할 거잖아.”
역시나 채팅창에 주작이라는 두 글자가 도배되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그래서 아무도 끽소리 못하게 증거를 가져왔지.”
모니터에 사진들이 차례로 떴다. BJ가 폐가 앞에서 찍은 사진이 첫 번째였다. 그제 날짜가 박혀있었다.
“날짜 봐봐. 그저께 날짜 맞지? 일단 날짜는 리얼 진실이죠? 맞죠?”
두 번째 사진이 올라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진이었다. 세 번째는 폐가 안을 비춘 사진이었다. 작은 원룸 수준의 크기였다. 창문도 크게 달려있어 앞의 도로가 다 보였다. 썩 무서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딱 보면 어때? 하나도 안 무섭지? 그런데 미친! 여기 해리포터급 비밀이 있다니까?”
네 번째 사진이 큼지막하게 떴다. 방구석 바닥에 손잡이가 달린 것이다. 다음 사진으로 넘기니 BJ의 손이 그 손잡이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여섯 번째 사진에 방바닥의 문이 열린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게 뭔지 알아요? 지하실로 통하는 문! 이 작은 폐가에 지하실이 있었다고! 아마 내가 처음 발견했을걸? 손잡이가 딱 봤을 때 손잡이 같지가 않아. 그냥 나무 쪼가리처럼 생겼어.”
BJ가 사진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영상을 틀어주었다. 폐가 문 앞에서부터 방구석 지하실로 들어가는 것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사다리를 통해 지하실로 내려가니 짧은 복도가 있고 양옆으로 방 두 개가 있었다. 영상 속의 BJ가 방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영상이 멈췄다.
“여러분, 이제 진짜 개 리얼 무서운 거 나오거든? 나 이거 너무 쉽게 보여주면 안 되잖아요. 그렇죠?”
BJ의 말에 후원금이 몇 개 올라오기 시작했다. BJ는 아직 부족하다며 카메라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에 후원금이 물밀 듯이 올라왔다. 빨리 보여달라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많은 금액이 쌓였다. 별안간 영상이 재생되었다.
영상 속 BJ가 방문 손잡이를 열었다. 창문 하나 없는 골방이었다. 막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발에 뭐가 툭 걸렸다. 카메라가 BJ의 발로 향했다. 피범벅이 된 손이 BJ의 발을 잡고 있었다.
BJ가 비명을 지르며 사다리를 잡았다. 혹시나 따라올까, 카메라를 뒤로 돌렸는데, 피범벅이 된 손이 복도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 뒤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보였다. 대충 봐도 여자 귀신이었다.
BJ는 쏜살같이 지하실을 빠져나와 폐가 문으로 돌진했다. 입으로는 계속 육두문자를 뱉어댔다. 큰 도로까지 뛰어온 다음에야 숨을 헐떡거리며 진정했다.
영상이 다시 멈췄다. BJ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때? 진짜지? 나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어제 종일 집에서 요양했어. 너무 놀래가지고.”
무섭다는 글이 채팅창에 빗발쳤다. BJ는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때, 후원 메시지가 도착했다.
“저거 귀신 아니야. 사람이야.”
메시지를 읽은 BJ가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나도 그런 줄 알았어요. 그래서 30분 있다가 다시 들어가 봤지! 그런데 아무도 없어. 그냥 빈집이야!”
다른 영상이 틀어졌다. 영상 속 BJ는 본인의 친구와 함께 폐가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하실로 내려갔다. 플래시를 비추었다.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만약 여기 뭔 사건이 났으면 흔적이 있었겠지? 너무 멀쩡하잖아.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포기했어. 우리 경찰 공무원들 고생하시는데 헛걸음하면 안 되잖아.”
후원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
“사람 맞아. 조심해.”
똑같은 아이디로 연달아 후원 메시지가 왔다. 이번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BJ가 사진을 클릭했다. 피 묻은 손이 복도로 기어 나오는 순간을 캡처해 확대한 것이었다. 여자 귀신의 머리 위로 희뿌연 무언가가 보였다.
BJ가 눈을 찌푸렸다. 겁이 나진 않았다. 아마 뭐가 확 튀어나올 터였다. 시청자가 많이 하는 장난이었다. 일부러 매우 놀라는 리액션을 위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일일이 반응을 해줘야 후원도 많이 들어올 테니까.
띵동, 띵동-
“으악, 씨이! 깜짝이야!”
뜬금없이 울리는 현관문 벨 소리에 BJ가 펄쩍 뛰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리라 정말 크게 놀랐다.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도배됐다.
“중국집입니다.”
의자에서 떨어진 BJ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까 짜장면을 시켰던 걸 잊고 있었다.
“아이 씨, 심장마비로 뒤질 뻔. 여러분, 나 짜장면 좀 먹을게요.”
BJ가 카메라 밖으로 빠져나갔다. 띠리링-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사진 첨부가 된 후원 메시지가 다시 들어왔다. 이번엔 다른 아이디였다.
“BJ님, 진짜 사람이에요. 여자 뒤에 보세요, 방문 사이!”
넘어지는 소리와 BJ의 나지막한 비명이 카메라 밖에서 들렸다.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물음표를 적어 올렸다.
두툼한 운동화 소리가 들렸다. 카메라 앵글 안으로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가 들어왔다.
그가 후원 메시지에 첨부된 사진을 보았다.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 뒤, 방의 문틈 사이로 새빨갛게 충혈된 눈이 보였다. 그는 손에 칼을 쥐고 있었다.
방송 화면 속, 검은 모자의 남자가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었다.
“들킬 뻔했네.”
그 남자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틱-
방송이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