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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주리 Jun 14. 2023

(깔딱수 7화 ) 코로나라고 나한테 이러기야?

매수 수요일 워킹맘의 고군분투 이야기 깔딸수 연재 중입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세상이 변했다. 코로나 걸리면 동선을 파악하고 죽일 놈이 되던 초창기에 있었던 일이었다.코로나 시국에 신입 선생님을 귀하게 뽑아서 신입 연수교육 4일을 무사히 잘 받고 온 날이었다. 갑자기 본사 연수팀에서 연락이 왔다.


" 신입교육 들어왔던 강사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서 그때 있었던 모든 사람 전수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전에 연수팀 스텝들은 강사와 마스크 벗고 밥까지 먹어서 본인들이 더 난리가 났다. 연수팀에서 교육생들 전원 마스크 끼고 교육을 했고 스태프들도 마스크를 꼈지만 혹시나 해서 전수조사를 받는다고 했다. 스태프들 검사를 했고 결과가 다음날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신입교사에게는 집에서 우선 격리를 하고 있고, 신입교사가 지국 발령받고 접촉했던 모든 사람도 격리를 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접촉했던 사람? 나하고 같이 일하고 있는 동생이 신입교사를 데리고 맛난 밥을 사서 같이 먹었는데... 큰일이다.



우리 가족들도 회사 식구들도 1000명이 넘는 회원들도 모두 비상사태였다. 지역 커뮤니티와 신문과 방송에 나면 큰일이었다. 소문이 더 무서운 때였다. 걸리면 신상 털리고 마녀사냥을 하던 때라 머리가 멈춰버렸다. 우리 집엔 큰아들 고3이라 공부해야 하고 남편은 병원 상담을 다녀야 하고, 어머니는 실버카페에 근무하셔야 한다. 둘째 웅이는 코로나 걸린 친구가 있었는데 소문 때문에 학교 못 다닌다고 했다고 한다. 동생네도 마찬가지였다. 제부가 병원 근무해야 하고, 자식들도 수험생이라 누구 하나 걸리면 망하는 일이었다.



각자 집에 전화해서 상황을 이야기했다. 집에도 갈수 없었다. 그렇다고 모텔이나 호텔을 갔다가 코로나 확정이면 그곳이 우리 때문에 폐쇄될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였다. 선생님들은 사무실 출근하지 말라고 했고, 다음날 토요일이라 걸리면 격리 수용소에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당장 금요일 밤을 어디서 보내야 하는 것이었다. 불금도 이런 불금이 없다. 이런 불금은 아무도 원한적이 없는데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다.



집에서도 오지 말라고 하고, 잘 곳이 없었다. 그 다정하던 남편도 미안한데 현관 앞에 침낭이랑 옷 챙겨줄 테니 딴 데서 자라는 것이다. 무정한 사람 같으니라고. 세상에 이렇게 섭섭할 수가... 난 졸지에 버림받은 여자가 되었다. 동생네도 마찬가지였다. 미안한데 집에는 코로나 확진이 아니라는 판정받고 오라고 했단다. 버림받은 여자 둘이서 갈 곳은 사무실... 그래도 여태 있었으니 사무실이 그나마 안전하고 갈 곳은 그곳뿐이었다. 집에 갔더니 진짜 현관밖에 침낭이랑 돗자리가 있었다. 눈물이 났지만 가족들이 옮으면 큰일이라 잽싸게 짐만 챙겨서 차로 이동했다.



사무실 교육장에 책상을 치우고 돗자리를 깔고 동생이랑 침낭 속에 들어가서 서로 얼굴을 보는데 어찌나 한심스러운지. 집에서 쫓겨난 여자 둘이서 갈 데가 없어서 사무실에서 자리를 펴는 꼴이란. 돗자리 깔고 위에 종이상자 깔았다. 거기에 혹시 몰라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침낭에 들어가 있는 꼴이라니. 눈물 없이는 못 볼 꼴이었다. 억울하고 분했지만 지금 어디서 따질 수가 없었다. 다음날 스태프들이 음성 판정을 받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잠도 오질 않았다. 치킨에 맥주를 사 왔다. 정신없어서 저녁도 못 먹었던 것이다. 배고프고 춥고 사무실에서 맥주를 홀짝홀짝 눈물이 그렁그렁... 지금 생각하면 울 일이 아니고 이보다 더 웃긴 일이 없는데 사진이라도 남겨놨다면 좋았을걸 싶다. 얼마나 청승맞은 장면인지. 살면서 이렇게 처량한 적이 있었나 싶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연수팀 과장한테 전화를 10통도 더 했다. 우리 가족들도 우리한테 계속 전화가 왔다. 결과는 왜 이리 더디게 나오는지. 결과 기다리다 먼저 죽을 판이었다.



1안 코로나 확진 시 - 지국 폐쇄, 신입교사 입사 여부 고민할 테니 교실은 엉망이고, 폭격 맞은 우리 지국은 대폭망

2안 코로나 음성 - 신입교사 잘 달래서 유지시키기. 더 조심해서 관리하기


수업을 대체할 교사는 어찌 수급할 것이며 다른 교사들은 어찌 관리할 수가 있을 것인가?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왔다. 최악만 아니면 된다.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아침이 지나고 연락이 왔다. 그 시간은 천년 같았다. 오전 11시. 연수팀 전원 모두 음성 판정.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린 서로 얼싸안고 좋아서 들고뛰었다. 집에 전화했더니 어서 집에 오란다. 어제 섭섭한 마음은 눈 녹듯 사라졌다. 지옥문 앞에서 살아서 돌아 나온 기분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 신입교사도 잘 달래서 유지시키는 일만 남았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하늘이 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운지 구름이 하트 모양이었다.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게 우린 코로나도 이기고 별별 일도 다 겪어왔지만 모두 무사하다. 덕분에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 빨리 적응하게 되었고 나를 지키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나랑 동생은 코로나 유행 한복판에 1주일 상간으로 코로나에 걸렸다. 물론 죽일 놈 아닌 상황 속에서 걸렸으니 상관없다. 그때는 코로나가 문제도 아니기에 기쁜 맘으로 앓다 나왔다. 나는 두 번이나 걸려서 야무지게 재택으로 격리를 했지만 말이다. 청승맞은 침낭 속 그날 밤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니 뭐든 별일이 아니었다.




부인을 끔찍하게 사랑하고 아끼고 위하는 내 남편과 동생 남편!

그날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답니다.

가족 중에 남편과 제부는 여태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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