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시 짐을 꾸려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
내 나름대로 일정을 빡빡하게 세웠지만, 구글 지도를 보던 남편이 그 사이 경유지를 추가해 버렸다.
"와히바 사막 가는 길에 수르를 들리면 되겠어!!!"
일정을 세울 때, 수르도 고려했던 지역이기에 수르에서 가볼 만한 곳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성과 배 박물관.
작은 골목길을 지나 작은 성에 도착해선 내리쬐는 햇볕을 견디며 성 안으로 들어갔지만
입장료가 있다며 막아선 사람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볼 것 없는 작은 성에 입장료가 웬 말이냐.
1 OMR이 3500원 꼴인데, 관광지 입장료 물가가 너무 비싸다.
배 박물관도 마찬 가지인 상황이라 어떤 곳인지 찍기만 하고 바로 나왔다.
수르가 나름 큰 도시라 대형 쇼핑몰이 있다.
오만에 오기 전부터 '버거킹'을 외쳤던 아들을 위해 오로지 '버거킹'을 목적지로 찍고 도착한 곳.
쾌적한 에어컨이 우리를 위로해 준다.
하필 유치원 단체 손님들이 바로 앞에서 주문하는 바람에 30분이나 음식을 기다려야 했지만
에어컨이 작동하는 실내인데 그게 무슨 대수인가.
해외 슈퍼 마니아인 나는 그 사이 또 슈퍼 삼매경.
다양한 맛 요플레 맛보는 걸 좋아하지만 이번엔 캐러멜 푸딩!!
아이들에겐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수르를 찍고, 와히바 사막에 드디어 도착.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였을 법한 초록초록 녹음이 우리를 맞는다.
숙소에 짐을 풀고, 에어컨과 와이파이의 혜택 속에서 여유를 즐겼다.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숙소 덕에
커다란 거실 창으로 사막이 가득 들어온다.
아고다를 통해 예약한 숙소인데, 이곳은 후불로 현금 지불만 가능하단다.
공항에서 환전을 하지 않아 오만 리알이 전혀 없는 우리는 환전을 위해 은행을 가야 했다.
여기서 놀랐던 점!!!
은행 환전소가 오후 4시에 문을 열어 10시까지 운영한다는 것!!
날이 너무 뜨거우니 낮에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
그렇다고 환전소가 오후 4시가 되어야 문을 열다니?!
날씨가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생활 패턴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갖고 있는 인도 루피를 몽땅 오만 리알로 환전을 하곤 숙소로 돌아왔다.
이런, 해가 질 것 같다.
"모두들 뛰어!!!!!"
사막 꼭대기에 올라 일몰을 보고자 한 우리는 발이 푹, 푹 빠지는 모래사막을 열심히 올랐다.
모래사막을 오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들의 표현으로는 한 걸음 올라가면 그 반 걸음만큼은 뒤로 밀린다고....
사막에서 썰매를 타기 위해, 오만 여행을 계획하며 항공권을 끊는 그 순간부터 쌀포대를 하나하나 모아놨다.
썰매는 쌀포대로 타야 제 맛이지!!
한 번 오르기도 힘든 그 사막 언덕을
썰매 타는 재미에 빠져 스무 번 넘게 오르락내리락하던 막둥이는 결국 너무 힘들다며 녹다운.
아무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
우리 가족 밖에 없는 그곳에서
우리는
주변 풍광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썰매를 타며 신나게 놀기도 하고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의 첫 사막 여행이었네?!
아이가 오랫동안 사막이 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 소망을 이뤄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사막 밤하늘 별을 보기 위해 밖에 나와 수많은 별들 사이에 누워있기도 했다.
사막 일몰을 봤으면, 사막 일출도 봐야겠지?!
거북이 일출에 이어 사막 일출... 이틀 차 일출 도전!!
해가 뜰까 봐 또 사막 언덕을 마구 달려갔다.
해가 뜨기 시작하며, 노랗게 햇살이 내리쬐는 사막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어제보다 사막을 더 많이 더 높이 올라가서
햇살과
일출과
사막을
마음껏 즐겼다.
너무 놀라운 건, 이 사막에 우리 가족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온전히 우리들만의 사막!!!
쌀포대를 챙겨 와선 여타 다른 액티비티 비용 지출 없이 온전히 우리만의 방식으로 즐긴 와히바 사막!
베두인 족 텐트에서 묵지도 않았고(숙소 정할 때 오랜 시간 고민했지만 텐트가 낡으면 더 쾌적하지 않을 듯했다)
오프로드도 현금이 부족해 못했고(사실 한 차에 우리 가족이 다 타지도 못했고, 머리가 마구 흔들리는 상황 자체가 피곤한 상태에서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요즘은 스릴이 싫더라)
사막 프로그램, 액티비티도 즐기지 않았지만
숙소 앞 바로 펼쳐진 모래 언덕을
우리의 발로 걸어 올라가고,
우리가 지칠 때까지 썰매를 타고
일몰과 일출, 밤하늘까지
우리 가족만의 사막으로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와히바 사막은
더할 나위 없이 우리에게 완벽했던 사막 여행이었다.
[숙소. 아고다. HOME X 4]
22.5 OMR / 4903.23 INR / 77,275원 (24년 7월 28일 예약/10월 31일 숙박)
베두인 텐트가 아닌 온전한 건물 숙소.
구글 지도를 놓고 오래 고민했을 때,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숙소 앞에 텐트도 있어, 그곳에서 잠을 청하거나 즐길 수도 있다.
침실방 2개, 주방, 거실, 화장실 2개가 갖춰진 숙소는
꽤 넓었고, 에어컨과 팬이 작동이 잘 돼서 쾌적했다.
다만 주방 도구들이 좀 낡았고, 개미들이 주방과 안방 한 구석에 많이... 나타났다.
아이들의 불만은 와이파이가 숙소 전체에서 터지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와이파이가 잡히는 주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휴대폰을 하더라...
합리적인 가격에 사막 한가운데 위치해 언제든지 와히바 사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만을 본다면 추천.
개미와 주방 도구에 민감하거나, 독특한 화장실 구조에 적응하기 힘들다면 비추.
[여담]
숙소 TV로 아이들한테 영어로 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싶어 850여 개의 채널을 하나하나 다 살펴봤는데
그 많은 채널이 전부 전 세계 무슬림 종교, 뉴스였다.
레바논, 팔레스타인, 아부다비 등 전 세계 모든 무슬림 국가의 뉴스는 다 나온 듯..
결국 영어로 된 어린이 채널은 찾지 못했다.
우리에겐 흔한 예능 채널도 없었다.
새삼 내가 중동, 무슬림 국가에 와 있구나를 실감했던 순간.
동시에 이 나라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까 싶었던 순간.
언제 웃고, 무엇을 즐길까...
옆에서 남편이 "나도 TV 안 봐, 예능도 싫어....." 했지만
종종 즐길 거리가 있는 상태에서 안보는 것과 제공되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못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게 아닐까 싶다.
그 와중에 드는 생각.
850여 개의 채널이 나온 숙소 TV는 무슬림 전용 패키지일 수도....
무지한 상황 속에서 내 나름의 편견을 갖게 되는 생각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속단하지 말자.
곧바로 다음 일정으로 떠나지 않고
아쉬움에 와히바 사막을 차로 휘~ 둘러보는 와중에 만난 낙타.
인도에서는 소가 그렇게 쓰레기를 뒤져먹더니
오만에서는 낙타가 쓰레기통을 뒤져 먹네..
가까이에서 본 낙타가 기린처럼 키가 참 크다.
안녕, 낙타야~
안녕, 사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