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만 여행의 첫 목적지는
바다 거북이의 산란 현장이었다.
"오만에 가면 바다 거북이가 바닷가에서 알을 낳는 것도 볼 수 있고, 새끼 바다 거북이가 알에서 깨어나 바다로 기어가는 광경도 볼 수 있데!!??"
동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에겐 놓치기 힘든 빅뉴스!!!
우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다 거북이를 만나기 위해 떠났다.
무스카트에서 260km, 3시간을 달려 마침내 거북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6시쯤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간단히 짐을 푼 뒤
여독을 풀어줄 컵라면을 먹고
숙소 내 박물관을 방문했다.
박물관은 입장료가 있다.
단 숙박객에게는 공짜.
다소 어둡고, 작고, 조악한 공간이긴 하다.
돈을 내고 들어갔더라면 후회했을 것 같다.
공짜니까 부담 없이 휘리릭 둘러보고 나왔다.
분명 저녁 투어가 8시 시작이라고 했지만,
8시가 한참 지나도 투어는 시작하지 않았다.
숙박객뿐 아니라 근처 숙소에서도 거북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로 대기 장소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피곤이 몰려든 나는 한 구석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불편한 자세로 꿀잠을 잤다.
한 시간 정신없이 졸지 않았더라면 거북이를 보러 해변가에 나가서 너무 피곤했을 것 같다.
(역시나 강행군인 우리의 여행 방식...
이젠 나이가 좀 들었는지, 의욕 충만 마음과 달리 몸은 계속 피곤하고, 가라앉고, 늘어졌다. )
사람이 워낙 많아 그룹으로 나눠 투어를 진행한다.
숙박객은 특별 대우, 그룹 1!!!!!!!!
젤 먼저 앞장선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버스를 타지 못한 인원은 걸어가기도 한다.
나만 서두르는 우리 가족은 결국 걸어가기를 선택...
캄캄한 밤하늘 아래, 가이드가 비춰주는 작은 손전등에 의지해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길은 꽤 의욕적이고, 유쾌했다.
열정적인 가이드 아저씨의 엄한 가르침 하에
핸드폰 불빛이나 소리를 켜지 않고
조용히
가만히
바다 거북이가 애써서 모래를 파내는 모습을 지켜본다.
발버둥 치며 모래를 파는데, 거북이의 거친 숨소리가 너무 가까이에서 들린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허덕이는 거북이의 숨소리..
한 번에 수많은 알을 낳지만, 사실상 천적한테 잡아먹히고 바다로 향해서 살아남는 새끼 거북이는 소수라고 한다.
10월 말은 산란 시즌이 아니라
운이 좋지 않으면 거북이도, 새끼 거북이도 만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가이드 아저씨는 이건 자연의 섭리라 자기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했다.
다행히 비시즌인데도 알을 낳기 위해 모래를 파헤치는 어미 거북이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새끼 거북이를 만날 수 있었다.
길을 잃고 헤매는 녀석들은 가이드가 살짝 들어 올려 바다 가까운 곳으로 놓아주기도 하고, 불빛을 비춰 길을 알려주기도 했다.
가장 먼저,
가장 길게
거북이 투어를 할 수 있다는 게 이 숙소 숙박객의 큰 혜택.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새벽 5시 아침 투어를 위해 서둘러 바다로 향했다.
앗싸~ 이번엔 나름 두 번째라고 앞장서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밤투어에 비해 아침 투어는 볼 수 있는 거북이가 많지가 않다.
아무래도 비시즌이라 그렇겠지..
가이드가 이곳저곳 열심히 애쓰며 찾은 끝에 어미 거북이와 새끼 거북이 몇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새벽 투어는 금방 끝이 났고, 가이드와 함께 숙소로 돌아가든지, 남아서 바다를 더 즐기든지 선택하라고 했다.
막둥이와 남은 부부는
예쁜 돌을 찾기도 하고
새끼 거북이가 떠나며 남긴 알의 흔적을 발견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바위 틈새를 넘나들며 탐험을 하며
고즈넉한 바다와
일출을 즐길 수 있었다.
어미 거북이가 애써 알을 낳고 떠난 흔적이 바닷가 모래밭에 고스란히 남겨져있다.
네 발을 펄적이며 바다로 묵묵히 걸어갔을 그의 고됨과 성취가 새겨진 자리는, 곧이어 닥친 파도로 사라질 것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모래밭을 걸어 나가는 남편의 발자국을 보며
우리네 인생이 어떤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게 될지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 인생의 남은 흔적이 되려나.
그렇다면 아이들이 좀 더 일상을 즐기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좋은 향기를 내뿜는
타인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전파할 수 있는
흔적이 되길...
[ 숙소 : Ras Al Jinz Turtle Reserve ]
바다 거북이 산란 장소에 가까이 자리한 숙소가 여러 개가 검색되지만,
바다 거북이 투어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꼭 이 숙소에 머물긴 추천한다.
호텔은 건물 안 유스호스텔 같은 수준의 방과 건물 밖 텐트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은 텐트 동이 더 비싸지만, 오히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밤에 잘 자지 못했다는 후기가 있었다.
저렴하면서 편히 잘 수 있는 건물 동 숙소가 더 낫다는 평!
숙박비가 숙소 퀄리티에 비해 결코 저렴하진 않다.
Ras Al Jinz Turtle Reserve - 스탠더드 룸 * 2개
OMR 119.61/ 27427.3 INR / 432,254원
우리가 머물 당시, 방 하나에 216,000원 꼴인데
그 숙박비 안에
2번(저녁 8시+새벽 5시)의 거북이 투어(일인당 5 OMR : 17500원) 비용이 포함되어 있고,
유료 거북이 박물관을 무료 관람할 수 있으며
꽤 괜찮았던 조식이 포함이었다.
숙박객을 VIP 대우하듯
1그룹으로 제일 먼저 투어를 시작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투어를 진행해 주었다.
더구나 투어 출발을 호텔 건물 1층에서 출발하니, 다른 숙소에 머무른다면 밤이나 새벽에 차를 타고 이 호텔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비싼 숙박비가 하나도 아깝지 않은 선택이었다.
어제저녁 늦게 도착해 미처 보지도 못했던 숙소 외관을 바다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