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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 Nov 19. 2024

[인도에서 극장을 간다:와일드로봇 후기]

문화의 불모지 인도. 

가까운 공연장도 찾기 힘들고, 

힌디어가 아닌 영어로 이뤄지는 공연도 많지 않다. 


그나마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영. 화!!!

발리우드의 본고장답게 극장이 엄청나게 많다. 

쇼핑몰마다 극장 하나는 꼭 끼고 있고, 

발리우드 영화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영화들은 거의 개봉한다.


영어 영화는 영어 자막이 함께 하니 

영어 공부가 필요한 우리에게는 집중적으로 리스닝과 리딩을 함께 할 수 있는 엄청난 영어 학습의 시간!


인사이드 아웃, 미니언즈 일루미네이션, 쿵푸팬더에 이은 올해 네 번째 영화

와일드 로봇



[인도 영화 예매 방법]

PVR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여보자.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개봉한 영화가 나열되어 있다. 

그중 언어가 영어로 나오는 영화를 고르자. (발리우드 영화가 보고 싶다면 언어는 관계없을 듯)

그 영화를 클릭해 들어가면 우리 집에서 가까운 순으로 영화관이 나온다. 


인도는 영화관마다 극장 티켓값이 천차만별이다. 

영화관 시설에 따라, 영화 상영 시간대에 따라 그 가격이 달라진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대개 3D로 개봉되고, 

3D영화 티켓이 그리 비싸지 않다. 

인사이드아웃 3D는 450루피, 미니언즈 일루미네이션은 3D가 아니었고 200루피였었고, 

와일드 로봇 3D는 리클라이너 체어의 소규모 영화관이라 550루피(9031원)이었다. 


예매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할 수 있으나 

표가 많은, 인기 없는 영화라면 여유 있게 직접 영화관에 가서 표를 끊는 걸 추천한다. 


각종 할인과 쿠폰을 활용해서 보다 저렴하게 미리 극장표를 끊을 수 있는 한국과는 달리

인도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매하면 수수료가 붙을 뿐, 할인이 없다.  


미리 개봉 예정작을 확인해서 괜찮은 영화가 개봉하는 시기를 메모해 놓으면 

아이들과 함께 볼 좋은 영화를 놓치지 않고 챙겨볼 수 있다. 

나의 다이어리에도 적혀있는 반지의 제왕, Mufasa, Wicked 개봉 예정일들.

PVR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인도에서 극장을 찾으면 귀빈 대접을 받는다. 

인도답지 않은 화려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공간에서 가드가 문을 열며 친절히 맞이해 준다. 

반짝반짝 빛나는 극장의 인테리어
리클라이너 의자의 극장


- 인도 영화관의 특징

영화 상영 전, 인도 국기가 나올 때도 있다. 

모디 총리가 연설하는 영상이 나오기도 한다. 


영화 중간에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영화를 끊는다. 

잠깐의 휴식 시간.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스낵을 사 올 수 있다. 


영화관에 앉아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 주문을 하면 영화 중간에라도 음식을 영화관 자리로 배달해 준다. 


- 와일드 로봇 감상 후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도록 프로그래밍된 로봇.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할 사람을 찾지만 그 누구도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고, 

우연찮게 알의 부화 순간을 지키며 새끼 기러기의 엄마가 된다. 

알을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여우와 친구가 되어 기러기를 길러내는 시간. 


로봇이 기러기를 키우며

먹이기 위해, 수영을 가르치기 위해, 나는 걸 가르치기 위해 애쓰다가

그의 몸이 부러지고, 낡고, 마모되는 걸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그 엄마 로봇에 감정이입이 되어 왈칵 눈물이 났다. 


엄마로 살아온 17년의 시간 동안 

나 또한 내 자식들을 먹이고, 가르치기 위해 나 자신을 갈아가며 그렇게 로봇처럼 마모되었을까. 


늘어가는 흰머리

아픈 곳이 많아지는 늙어가는 몸

예전 같지 않은 체력


기러기 브라이트빌이 드디어 나는 방법을 배워 기러기들의 대장이 되어 너른 창공을 나는 것처럼

나의 아이들도 

밝은 미래를 훨훨 날아다니는 날이 오겠지.


젊음의 생기를 목도할 때마다 

그네들의 생그러움이 부럽고, 마냥 예쁘게만 느껴지는 요즘

나의 늙어감이 어느 때보다 서글프게 다가온다. 


나는 어느덧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주인공의 자리를 내가 아닌, 아이들에게 양보하고

아이들이 날아가버린 하늘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앉아 

그네들이 돌아올 날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될까.


나와 남편

우리의 봄날은 오늘, 또 내일 

계속 이어지길...


오늘도 오늘의 시간을 마음껏 즐기며

후회 없이 

내일을 맞이하고


또 내일의 모험과 새로운 경험을 

기쁘게 탐험하는 

영원히 스무 살의 감성을 가진 이로

살아가길...


나와 남편, 우리의 인생 제2막은

또 다른 환희와 즐거움으로 

가득하길 바라며

오늘의 시간을 또 채워본다. 


브라이트빌! 엄마 로봇이 애쓴 걸 잊지 마.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 미루지 마.

너의 빛나는 오늘은

지난날 엄마의 노고가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걸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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