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대기 오염이 좋지 못한 날들의 연속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한 날,
와이파이가 없는 집에서 애들이 온라인 수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수업이 끊기거나 오디오가 맞물리니 아이들의 아우성과 짜증, 원성이 자자한 상황.
수업 출석 체크가 엄격한 중, 고등 아이들을 집에 남겨둔 채, 초등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학교에 안 가는 날 놀아야지 언제 놀겠냐.
한 시간씩 걸리는 통학 시간으로 인해 새벽에 일어나 아침 일찍, 등교를 하고, 집에 오면 저녁 늦은 시각.
학교와 집 만을 오가는 아이들에게도 학교 외의 다양한 경험, 즐거운 시간들이 필요하기에 오늘은 딸들과 여자팀 데이트!!!
집에서 가까운 Ardee mall로 향했다.
쇼핑몰이나 아이쇼핑을 좋아하지 않지만, 세련되고, 이쁜 거 좋아하는 딸들에게는 맞춤형 외출!
오랜만에 여자들끼리 이쁜 거, 좋은 거 구경하고, 맛난 것도 먹고, 영화도 보자고~
- 서점 CROSSWORD.
영어책들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곳. 아이들 책들도 꽤 많아 새로 나온 책들 구경하러 자주 찾는다.
- 딸들이 좋아하는 미니소
아기자기 이쁜 것들이 많은데, 그 와중에 해리포터 특별 섹션이 있네.
다 둘러보고도 살게 없구먼.
- Hamleys. 아이들 장난감 가게
손님은 한 명도 없고, 직원들만 가득한 곳에서 한참 축구 게임을 하다 나왔다.
- MR. DIY
아기자기 이쁜 것들이 파는 미니소와는 달리 '다이소의 생활용품' 버전의 MR.DIY
주방용품, 잡화, 문구 등 다양한 물품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지만 가격이 저렴한 만큼, 질이 훌륭하진 않아서 몇 번 구매 후엔 그냥 구경만 할 뿐...
특이한 제품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ㅎㅎ
- MGF Metropolis mall
아이들이 오케스트라 공연을 앞두고 있어서 까만 바지가 필요했다.
인도 브랜드 옷가게들이 많이 포진된 로컬몰로 씩씩하게 혼자 갔다.
TRENDS, PANTALOONS, MAX
오늘의 선택지는 1층에 위치한 MAX
아이들을 위한 기본 아이템들을 구매하기 괜찮았다.
그 와중에 우주, 우주인, NASA 좋아하는 딸을 위한 우주선 티, 귀엽고 이쁜 걸 좋아하는 딸을 위한 사슴 무늬의 빨간 니트 스웨터를 득템 해서 좋았다.
까만 바지, 초록 긴 팔, 흰 반 티, 우주선 티, 회색 바지, 빨간 니트, 까만 바지
총 7벌 구매하고 4753 INR (78,044원)
기사를 불렀는데, 연락이 안 되는 지라 혼자 길을 걸었다.
인도와 차도의 구별이 잘 없고, 걷기가 힘든 인도 길거리...
지나가는 릭샤 운전사들이 자꾸 타라며 경적을 울린다.
길거리에 노점상들이 즐비하다.
동남아에선 길거리 음식도 즐길 수 있었는데, 인도에선 그게 쉽지 않아 참 아쉽다.
짜이는 몇 번 사 마셨는데, 그 외 길거리 음식은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짜이는 길거리 짜이가 최고!! ㅎㅎ
대기 오염 지수가 내내 안 좋다가 이제 AQI 135로 떨어진 날,
하늘이 맑다.
이야~~ 창 밖 안개가 걷혔어!!
한국에선 100만 넘어도 외출을 삼가고, 창문을 닫으며 집에만 있어야 했는데,
인도에선 135가 되니 하늘이 보이고, 신이 나서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래도 실내가 낫지 않을까 싶어 스쿼시 장에서 배드민턴 2:2
탁구장에서 오늘 딸의 운동 재능을 발견하는가.
나이에 비해 순발력, 집중력이 뛰어나 제법 시선을 공을 쫓고, 빠르게 공을 쳐낸다.
이야... 벌써 엄마보다 나은 실력이군.
아파트 야외 공원에서 또 배드민턴.
그래도 아파트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혜택이 이 순간인 거 같다.
안전하게 느끼는 공간.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스쿼시, 탁구, 배드민턴, 당구, 수영장 등 다양한 운동 시설.
나의 활동 반경이 집안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공간으로 더 넓게 확장될 수 있다는 것.
그게 학교 등하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큰 이유가 되겠지.
- DLF PROMENADE MALL
바산트 쿤지의 엠비언스 몰 옆 프로메나드 몰.
- DLF Emporio mall
온갖 명품샵들이 즐기한 임포리오 몰.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는군.
인도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싶은 순간.
함께 한 언니가 몰 중간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사줬다.
와인을 음미하듯 탄산수를 마시고, 커피맛을 음미한 뒤 초콜릿으로 입가심을 하라고.
사약같이 진하고 많은 양의 커피에 압도당한다.
오늘의 카페인 섭취량은 이걸로 끝!!!
극단적 빈부격차의 나라 인도에서
나는 어디에 속해져 있는가.
길거리 짜이가 최고라는 배낭여행자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패스트 패션 인도 브랜드에서 애들 옷을 구매하며
인도 명품관들에 둘러싸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국제학교에 애들을 보내는 나는
한시적 거주자로서 인도를 다양한 각도에서 탐험하고, 체험하는
한낱 이방인일지 모른다.
경계가 없는 상태에서 열린 자세로
인도에 살고 있기에...
그래서 오히려 다양한 소비와 생활 반경이
가능할 것 같다.
저렴한 현지 식료품점의 장바구니 물가와
2만 원에 육박하는 스팸 통조림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며
어떻게 하면 한국 식재료를 공수할 수 있을까.
인도 식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인도 먹거리 중에 우리 입맛에 맞는 걸 뭘까.
등을 고민하며
오늘도 나는 우리의 식탁을 채워나간다.
이방인의 경계에서
현명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적응하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그려봐야지.
인도에 온 첫 해.
우당탕탕 나의 인도 체험기, 탐험기가
내년에는 고민과 방황보다는
내실과 결실로 빛나길...
12월을 얼마 남기지 않은 오늘.
1년 만에 방문할 한국의 날들을 꿈꾸며
인도에서 살아가는 이방인, 경계인의 하루하루 기록들을 열심히 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