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와서 새로 쓰기 시작한 모토로라 휴대폰의 메인보드가 나가서 사실 사진이 휴대폰에만 갇혀있는 상태다.
한국에 돌아가 수리하고, 인도에서의 몇 달간 사진을 다시금 구할 수 있을는지..
우선 오늘부터 시작해서 인도 일상을 기록해 봐야겠다.
10.14) 관리비 정산
10월은 4분기(10월~12월) 공용관리비와 공용전기세가 나오는 달.
아무래도 수영장 운영 비용이 빠져서 그런가 3분기 보다 그 비용이 좀 줄었다.
아파트 관리비 정산은 HDFC 인피니아 카드를 들고 관리실 방문으로 해결!!!
페이티엠 송금도 가능하지만, 잠깐의 수고로 카드 포인트를 챙길 수 있다.
우리 집 지출 중에 학교 교육비 이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 관리비.
꼭 포인트 챙기기!
학교에서 글을 쓸 기회가 있었는데 엄마, 아빠한테 편지를 써왔다.
밥 해주는 엄마와 보드게임 해주는 아빠한테 고마운 막둥이..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이들한테 편지를 받는 횟수가 줄어든다.
아직 어린 우리 막둥이만이 부모에게 매일 애정을 표현하고, 안아주고, 뽀뽀를 해준다.
막둥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한테도 더 따뜻하게 안아주고, 더 사랑해야겠다.
내친김에 아이들한테 편지를 써야지...
부모이기에 더 애쓰고, 더 다가가고, 더 품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난 '어른'이라는 사실을 늘 잊지 않고 좀 더 성숙하고 너른 품이 되어야지.
인도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 아이들에게 기댈 수 있는 단단한 나무가 되어야겠다.
10.15) 고등학교 상담
학교를 옮기고 처음 겪게 된 고등학교 상담 시간.
미리 예약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8분씩 과목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재빨리 다음 선생님을 찾아야 한다.
기다리는 동안, 프리 토킹의 향연을 바라보며 갑자기 긴장과 두려움이 엄습한다.
길게도, 짧게도 느껴지는 8분.
난 왜 그곳에서 82년생 김지영에 관해 북토론을 해야 했던가... 스몰 토크가 아닌, 심오한 북토론에 시작부터 의기소침. 옆에서 큰아들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더욱 난처할 뻔했다.
영미문학 선생님 교실 서가에 꽂힌 그 책을 내가 아는 척하는 순간, 내 무덤을 내가 판 거겠지?!
북토론까지 영어로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으로 영어 실력을 끌어올리고프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부럽다고 하면, 힘든 아이들한테 핀잔을 들을까.
하지만 정말 어린 시절 이런 기회를 갖게 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국제학교를 즐길 수 있는 내 아이들이 너무 부럽다.
상담 후, 기가 다 빨려 망연자실한 상태로 급하게 허기나 면하자고 간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아들이랑 사이좋게 같은 메뉴 먹기.. 바나나 셰이크와 치킨 버거 세트라니...
넘 헤비 한 메뉴라 다 먹기 힘들더구먼.
10.17) Field trip. 후마윤의 묘
학창 시절에나 가볼 법한 체험학습. 필드 트립.
이름이 꽤나 경쾌하여,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켜 참 좋았다.
학교 영어 수업의 선생님이 이끌고, 반 친구들과 함께 한 짧은 견학.
붉은 사암을 좋아해서 타지마할보다 아그라 포트가 더 좋았던 나에겐, 붉은 사암 버전의 타지마할인 후마윤의 묘가 참 정겹고,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타지마할의 모태가 된, 그보다 70여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타지마할의 화려함보다는 좀 더 투박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무덤에 들어설 때 커다란 문이며, 아치들. 문의 장식. 돔. 기하학적 문양들.
무굴 건축 양식들은 참 독특하면서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왕의 무덤이 이렇게 아름다울 일인가.
후마윤 왕이 죽은 후, 이 아름다운 무덤을 꾸몄다는 왕비 하지 베굼.
덕분에 후세에 두고두고 오랜 세월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왕을 기리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에,
인도인에겐 50루피를 받으면서 외국인에겐 600루피를 받아 인도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이곳을 지으며 알았을까.
FRRO를 내밀어도 타지마할, 꾸뜹 미나르, 후마윤의 묘는 절대 인도인 비용으로는 안 해준다 사실을 알았기에 계속 미뤄두었던 곳인데, 필드 트립 핑계로 방문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함께 한 친구들과도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그 공간의 정취와 여유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혼자 혹은 남편과 둘이 고즈넉하게 다니는 여행도 즐겁지만, 무리를 지어 우르르~ 사진 찍기 바쁜 견학도 꽤나 흥미롭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었다.
필드 트립 후 Malcha Marg에 위치한 Lazeez Affaire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영어선생님이 이끌어 함께 가게 된 곳인데, 꽤나 괜찮은 인도 뷔페식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선생님께서 미리 인원과 메뉴를 정하고 여러 명이 셰어 하여 먹을 수 있도록 예약해 놨다는데, 문제는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이제 배가 너무 부르다고 생각한 순간,
"자, 이제 애피타이저 코스가 끝났고, 메인 디쉬가 나올 거야!" 란 말씀에 할 말을 잃었다.
이미 7개의 치킨, 피시, 야채 요리를 먹은 뒤였기 때문이다. ㅎㅎ
뷔페로 서버가 각 접시로 서빙을 해줘서 음식 사진은 남아있지 않지만, 버터 치킨, 갈릭난도 손꼽을만하고, 파니르 티카, 치킨 티카 등도 맛있었다.
연신 숟가락을 놀리며, 맛있다고 감탄하는 통에 앞에 앉은 친구가 날 보며 웃기 바빴네.
학교에 타학교 운동선수들이 방문하여, 11시에서 5시까지 6시간 동안 기념품 샵에서 봉사한 금요일.
학교에 내 자리, 내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참 충만하게 만족시켜 준다.
아웃사이더로 겉돌기를 즐기는 나지만, 인도에서만큼은 인싸로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인도란 나라에서 난 이미 외국인, 이방인, 아웃사이더이기에....
아이들 학교란 공간에서만큼은 낯설지도, 어색하지도 않게 내 자리를 더 찾고 싶은 욕구가 있나 보다.
6시간의 봉사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던 하루.
함께 하는 좋은 사람들과의 수다도 좋고, 손님들에게 건네는 밝은 인사와 작은 도움도 흥겹다.
호주 워킹 홀리데이 때에도, 그 고된 일상이 참 만족스러웠는데,
알고 보면 나는 화이트 컬러보다는 블루 컬러의 일들이 더 맞는 거 아닐까.
학교 기념품샵 봉사활동을 마치고, 아이들을 다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금요일 저녁이라 교통 체증이 더 심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참 길었다.
그 와중에 하늘은 예쁘네.
한 주를 마무리하며 좋은 인연 사람들과 술자리 아닌 술자리.
올해 5월 25일. 한 모금의 술을 마지막으로 내 인생, 평생 알코올은 입에 대지 않겠다고 결심했기에...
알코올 마시지 않는 술자리.
논알코올 피나콜라다 만으로도 충분히 취한듯한 분위기.
아... 난 원래 리스너(!!)인데, 이날 너무 흥분해서(일한 시간이 길어 피곤했나?!) 넘 많이 떠들었네.
많이 말하고 온 날은, 혼자 그 대화들을 곱씹으며, 부끄러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괜한 말을 했어.
말을 아꼈어야 하는데...
나 자신을 더 드러내야, 상대도 나를 알게 되고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익숙해지고, 한 걸음 나아간다는 걸 요 근래 많이 깨달아서, 극 i인 내 성향을 버리고 자꾸 E인 척 말을 건네게 된다.
인도, 낯선 환경에서의 살아남기 위해 나의 몸부림이던가.
이런 내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내 안의 알을 깨고 나아가는 또 한 순간이거니 생각하며 이 또한 받아들여 볼까 한다.
타국에서 지내며, 한글 텍스트에 목마를 때가 많다.
그저 그 갈증을 급하게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헐레벌떡 읽어 내려간 <현남오빠에게>
82년생 김지영 저자 조남주 님의 글과 나의 최애, 최은영 님의 글이 책의 시작을 알리는 페미니즘 소설들.
문제의식을 갖고, 항상 치열하게 일상을 뒤돌아보며 고민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하고, 좋은 일인 듯하다.
얼마 전, 결혼기념일 17주년에 외식을 하느냐 마느냐 문제로 의견차를 보이며, 어리석게 집에서 삼시 세 끼를 다 해먹은 우리.
내 인생 절반 이상을 이 사람과 함께 했으면,
이쯤 됐으면
이제 서로를 알고, 좀 더 현명한 방법들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결론은, 이제 앞으로 특별한 날에는 외식이 하고 싶은 내가 주도하여(!!)
식당과 메뉴를 정하고 상대에게 통보 겸 양해를 구하겠다는 결심!
딸들을 데리고 방문하여 트라이얼 수업을 들었던 댄스 스튜디오에서 연락이 왔다.
날 닮아 몸치, 박치인 울 딸들은 한 시간 내내 헤매기 바쁘더구먼.
그 와중에 며칠 동안 배운 춤을 기억하며 몸을 흔들어대고, 노래를 불렀던 막둥이의 남다른 끼(재능은 없으나 앞에 나서서 주목받고 싶고,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 하는)는 발견하는 성과가 있었네.
이상 지난 일주일의 기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