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ll Fiest
고등학생들이 클럽 운영비와 Prom party 운영비를 모금하기 위해 각 클럽 별로 부스를 열어 소소한 이벤트들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행사인 동시에, 핼러윈 테마 파티였다.
인당 1000루피의 입장료를 내고 입장(헌티드 하우스 비용은 별도),
먹거리 부스는 외부 업체가 들어와 운영했는데 사악했던 아이스크림 비용! 하나에 450루피였다.
나름 핼러윈 기분을 낸다고, 백설 공주, 햄스터, 저승사자, 마녀, 마법사 옷들을 차려입고 학교로 향한 길.
각 부스를 돌며, 농구, 볼링, 퍼즐 풀기, 수학 문제 풀기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사탕 하나씩 모으는 재미에 신이 난 막둥이.
그 와중에 수영 클럽이 제일 핫했네.
공을 던져 버튼을 맞추면 다이빙 대가 기울어지며 풍덩!
땡볕 아래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느라 지치긴 했지만 공연장에서 제 기량을 뽐내던 고등학생들의 연주와 노래도 수준급이었고, 핼러윈 코스튬을 갖춰 입고 색다른 하루를 보내는 시간도 꽤 즐거웠다.
먹거리 부스 쪽에서 꼬치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자긴 가야 한다며 뛰는 막내.
방송에서 '핼러윈 코스튬 컴페티션'을 한다고 이야기했다며 자긴 거길 나가야 한단다. ㅎㅎㅎㅎㅎㅎ
영어 방송을 흘려듣지 않고 알아들은 게 신기.
사전에 이런 대회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순간 방송을 듣고 자기가 거기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막내의 결단력이 신기
무대로 거침없이 올라가는 용기가 또 신기.
순간 자기 코스튬이 뭔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옆 친구한테 내 옷이 뭐냐고 묻고, 자기 차례가 됐을 때 당당하게 자기 이름과 자기가 snow white라고 말한 자신감이 또 신기했다.
가장 무서운 사람, 동물, 가장 웃긴 사람 등 각 분야별로 나눠 시상을 하고, 자기는 상을 받지 못하자
"엄마, 내년에는 호랑이를 입어야겠어. 학교 상징이니까 동물 부문에서 상을 받을 수 있어"라는 막내.
마지막까지 신기 방기했네.
아이를 키우며 놀라운 순간들이 있다.
오늘 만난 막내의 용기와 결단력, 자신감.
상을 받지 못했을 때 속상해하기보단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한 판단력.
성장하는 아이를 새삼스레 마주할 때,
아이에 대한 이해의 범위가 더 커지고,
그 계기로 내 안의 벽이 허물어지고,
또 다른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며 나 또한 성장하는 듯하다.
그래, 내년엔 호랑이 분장하고 다시 도전해 보자!!!
- Grade 2. Concert. Theater
지난 학기, 막내가 <커다란 순무> 연극을 했다.
교실에서 학부모들을 초대해 아이들이 보여주는 연극.
2줄 대사를 열심히 외운 막내가 꼭 왔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당시 학교까지 갈 차가 마땅치가 않아(우버를 탔으면 될걸... 그때엔 그럴 생각을 하지도 못했네..ㅜㅜ) 가질 못했다.
집에 온 막내가 "엄마만 안 와서 자기만 선생님 보고 연극했다고... 너무 속상했다"라고 울었다.
이번엔 똑같은 실수를 또 할 순 없지.
자기 노래 연습 열심히 하고 있다고 콘서트에 꼭 오라는 막내. (사실 아빠도 오라고 했지만, 때마침 출장~)
왜 이렇게 이 날 따라 차가 막히는지, 한 시간 반을 꼬박 달려 학교에 가서 콘서트 10분 보고, 집에 2시간 걸려 돌아왔다. 허리 아파 죽는 줄.....ㅜㅜ
노래를 다섯 곡이나 했는데, 노래에 맞춰 율동 준비하고 노래 가사 외웠을 아이의 수고를 그동안 많이 몰라준 것 같아 마음이 짠했다.
열심히 노래하는 2학년 친구들이 어찌나 귀엽고 기특하던지...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해 아이의 수고를 갈아 넣는 학예회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는 데, 오늘같이 짧게, 가볍게 하는 행사라면 아이에게도 부담이 덜 되고, 부모도 기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찬성입니다!!!
- 강연. The Science of Reading.
독서 교육은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이다.
비록 그 내용이 원론적인 내용에 그칠지언정 그 속에서 뭐라도 깨닫는 게 단 하나라도 있고, 그로 인해 엄마로서의 나를 다잡을 수 있다.
많이 모일까 싶었던 행사였는데, 학부모들로 자리가 꽉 찼다.
평일 오전 행사인데도 열의 있는 아빠들도 참여했다.
지난번 EAL 콘퍼런스에서도 느꼈지만,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가르치는 국제학교이지만 모국어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오늘은 영어를 잘 못하는 친구가 교실에 새롭게 왔을 때, 그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영어를 모국어로 통역해 주며 아이의 실력이 많이 늘 거라고 강조하셨다.
전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만나는 학교.
제각기 다른 모국어를 쓰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높고, 낯선 환경에서 아이들이 겪을 어려움을 진정 이해하고 도와주는 시스템을 갖춘 학교라 더욱 믿음이 간다.
오늘도 강연 중간에 펼쳐진 토론 시간.
한국어로 해도 어려웠을 시간이 영어로 진행되니 더욱 난감하다.
수업에서 '아카데믹'한 어휘들로 각 과목을 배우고, 성적을 내야 할 고등학생은 그 시간이 얼마나 압박이 될까. 다시금 아이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 시간이다.
- Conference. 초, 중등 학부모 상담
다행인지 중학교, 초등학교 상담이 같은 날짜였다.
목, 금 이틀에 걸쳐 열린 상담.
난 금요일로 몰아서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상담을 했다.
초등 상담은 한 시간가량 교실에서 이뤄졌다.
선생님과의 면담 15분. EAL 선생님이 합석하셔서 아이의 영어 발전 상태에 관해 함께 논의하셨다.
그 후엔 아이가 선생님이 되어 엄마한테 '리딩'과 '수학'에 관해 가르쳐주고, 본인이 쓴 독후감상문이나 과제물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가 wrighting을 많이 강요한다.
4학년은 소설 쓰기를 하고 있고, 2학년도 관련 주제에 대한 심화 탐구를 한 뒤 작은 책을 만들었다.
8,9,10월 그 시간 동안, 막내는 한 두 줄 글쓰기에서 종이 한 바닥을 다 쓸 수 있는 성장을 했고 더 이상 '영어 비기너'가 아니니 EAL 수업을 듣지 말고, 외국어 수업에 참여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스페인어를 하게 되어 마냥 신난 막내.
막내의 영어가 EAL 수업을 듣지 않아야 할 수준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EAL 수업 외에 학교 수업이나 책 읽기에서 더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거겠지 싶다.
어쨌든 성장을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기에.
중등 콘퍼런스는 고등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그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slot을 예약하면 8분간 선생님과 독대를 하는데, 그 안에서 학생이 본인의 성취나 관련 내용에 관한 PT를 미리 제작하고 발표해야 한다.
한국인 엄마 특유의 열의로(이야기해 보니 일본인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전 과목 상담을 신청한 나.
이참에 선생님 얼굴도 뵙고, 아이가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도 해야지 싶은 흑심이 있었다.
대부분의 선생님이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해주셨다.
아이가 이번 학기 부족한 점을 꾸짖기보다는 제일 먼저 "네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만한 점을 이야기해 봐라"라고 이야기하시는 선생님.
아이가 부끄러워하고 쑥스러워하니, 넌 충분히 열심히 했고, 낯선 곳에 와서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거다. 고생했다. 잘했다. 이야기해 주셨다.
모르겠다.
상담 시 선생님들이 말을 sugar coating 한 다곤 하지만, 인도에 와서 힘들었을 아이들을 안아주는 선생님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쌓이고, 쌓여... 마지막 상담 시간에 7학년 사회 선생님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특별히 감동적인 말을 하신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네 옆에 있어.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해. 잘하고 있어. 하는 말들 앞에 갑작스레 눈물이 났다.
감동적이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힘들었던 시간도 아니고...
그저 영어 프리 토킹의 향연 속에서 선생님들과 대화하기 바빴는 데,
따뜻한 사람들의 태도와 제스처, 말들 속에서 나도 모르게 위안을 받고 있었나 보다.
그래...
때론 '잘하고 있다'는 그 평범한 한 마디가 날 안아줄 때가 있지.
아이들한테도, 내 주위 사람들한테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요즘 나에게 큰 힐링이 되어주는 공간.
학부모회에 지원해, 기념품샵에서 매주 2회 한 시간 반씩 봉사를 하고 있다.
카페테리아 안 기념품샵, 작은 공간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일상을 나누며
내 역할을 하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는 중이다.
오랜 기간 엄마로, 아내로 살아온 시간들.
내 시간을 갖기보단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가고, 책 정보를 알아보고, 육아 서적을 읽던 시간들.
그 시간들을 먹고 아이들이 잘 커왔지만
온전히 나로 보내고자 한 시간에 대한 욕구도 한 편에 자리하고 있었나 보다.
소소한 일상에서
웃음과 인사를 건네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나로 오늘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