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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Oct 25. 2022

취업과 창업은 무관하지 않다.

취업, 배움과 성장의 레버리지

나는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벤처 열풍이 지나가고 그 흔적을 테헤란로의 그 이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2008년부터 나는 창업에 관심이 있었다. 그 당시 스타트업 보다 벤처 창업이라는 말이 더 익숙했고 그 단어는 취업이라는 단어의 반대편에 배치되었다.

 
 대학 생활 3학년 때, 공모전 성격으로 지원한 각종 디자인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좋은 기회로 내가 디자인 한 제품을 양산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제품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꾸는 '내가 디자인 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기회를 맞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품은 생산되는 순간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인지하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제품은 디자인/생산이 완료되는 순간 창작자의 손을 떠나지만 그것이 소비자의 손에 닿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창작의 손을 떠나면 그 의무와 책임이 종료되는 인하우스 디자이너(in-house designer)가 아니라면 진짜 비즈니스는 그 이후라는 것을 그 당시 26살이었던 나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열심히 디자인한 제품은 사무실에 한쪽 벽면에 가득 쌓여있었고 '내 돈이 어디 갔나 봤더니 다 창고에서 썩고 있더라' 라는 다른 선배 창업자들의 이야기가 그 당시 체감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내가 애정을 담아 제작한 제품의 생사에 대해 무뎌지고 있었다. 지금은 아내인 공동 창업자와 그때 비로소 디자이너로서 창업에 대한 첫 번째 한계를 느꼈다.
 
 이 실수는 디자인을 공부한 디자이너 출신의 창업자라면 가장 흔히 겪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니 굳이 특정분야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회사에서 유망했던 분들이 퇴직 후 상대적인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 치킨집/편의점과 같은 프렌차이즈 창업을 하는 이유도 자신의 전문성과 현실을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는 디자인 외에 모든 것이 서툴렀고, 배움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된 창업은 배움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이 컸지만, 막연히 부딪치며 배우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알 수 없었고 그 시간을 비즈니스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배움에 대한 갈증, 그 목마름이 커져갔다.
 

 누군가 이야기했던 내용인데 책을 읽는 이유는 내가 경험을 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더 큰 성장을 위해 추진력 있는 배움이 필요했고 그것을 위해 취업을 선택했다. 회사에 나의 디자인 능력을 내어주고 회사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규모의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내 첫 번째 커리어가 창업이었지만 그것이 후회되지 않으며, 그 이후 취업이라는 결정도 후회하지 않는다. 창업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나는 배움에 대한 갈증 없이 회사 생활을 했을지 모른다.


언제까지 회사에서의 경험과 배움이 축적될지 알 수 없지만, 내 돈과 시간으로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결정과 그 결과는 아직까지 내 성장의 중요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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