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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현 Oct 10. 2021

당신의 승모근은 발달한 적 없다

30대 여자의 유도 수련기 번외 1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승모근>입니다.

전문적인 공부를 한 적 없는 초보 생활체육인의 입장에서 쓴 글이니, 전문가 분들이 보시기에 틀린 점이 있으면 언제든 덧글 부탁드립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승모근이란 무엇인가?
2. 근육이란 무엇인가?
3. 운동을 하는데 승모근이 왜 없어지는가?
4. 당신은... 근육이 만만해?



눈으로 봤을 때 이 정도 아닌 이상 승모근 발달했다는 말 금지어임~~




1. 승모근이란 무엇인가?

구글에 '승모근'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 첫 페이지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엔 다양한 여성이 있습니다만, 많은 여성분들이 승모근을 '미용의 적'으로 여기며 '없애야 할 존재'로 생각하시는 걸 오랜 시간 동안 봐 왔습니다. 승모근 보톡스라는 것도 있고, 여자 아이돌도 그런 주사를 맞는다고 하고, 뭐 대충 다 아시죠.


헬스하는 사람들도 상체 운동을 할 때 '승모근 개입'을 막는 방법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다른 부위를 움직일 때 함께 힘을 주기 쉬운 운동이 승모근이기 때문입니다. 운동에 100이라는 힘이 필요하다면 A근육 80, 승모근 20 이렇게 힘을 쓰는 것보다 A근육 100을 써야 원하는 부위의 근육을 더 잘 발달시킬 수 있으니까요.



승모근은 생각보다 큰 근육입니다. 상, 중, 하부 3개로 나뉘어 목부터 등 전반에 넓게 분포해 있습니다.


여자분들이 '나 승모근 너무 발달했다'고 하실 때 일컫는 승모근은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부분에 있는 상부 승모근이겠네요. 목과 어깨를 전력으로 사용하며 목브릿지 등 동작을 항상 취하는 유술 선수들을 보면 이 부분이 굉장히 많이 발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좌 안창림 유도선수, 우 심권호 레슬링선수 시절

남성 선수의 경우는 이렇고,

좌 윤현지 유도선수, 우 크리스타 데구치 유도선수 (그 옆은 오노 쇼헤이)

여성 선수의 경우는 이렇습니다. (여성은 호르몬 등의 이유로 같은 종목의 선수라도 남성보다는 근육이 덜 발달하는 부분이 눈에 보입니다.)


그렇다면 근육이란 무엇일까요? 왜 발달하는 것일까요? 쓴 적도 없는데 발달할 수 있는 것일까요?



2. 근육이란 무엇인가?


최근 유도를 시작하신 분이 쓰신 이야기. 생각보다 큰 진실이 담겨 있는 이야기입니다.


유도를 시작하시고 둘째날 도장에 가시면 관장님이 (^_^) 표정으로 "목은 괜찮아요~?" 하고 물어보실 것입니다. 그 이유인즉슨 첫날 낙법과 구르기 등을 배우기 위해서는 목을 일정 각도로 유지하고, 숙이고, 또 각도를 유지하며 평생 써 본 적 없는 목~어깨의 근육을 쓰게 되기 때문입니다.


유도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이후로도 꽤 다양한 부위가 번갈아 가며 사용되는 것을 직접 체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전에 운동을 해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고통을 느낄 때마다 또 근육의 존재 하나를 깨닫게 되는 셈이죠.


사골처럼 우려먹는 본인 인바디 (맘에 들어요~)

그렇다면 이렇게 얻은 근육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거의 모든 뒤치다꺼리>라고 생각합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온몸이 성한 곳 없이 싸워 금메달을 따냈던 김재범(-81kg) 선수

유도뿐 아니라 많은 프로 선수들은 인대 등이 성한 곳 없는 상태에서 큰 대회에 출전하곤 합니다. 물론 극한의 정신력(^^)이라는 요소도 있겠지만... 동시에 물리적으로 저게 가능한 이유 자체가 망가진 인대와 관절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근육이 어느 정도 받쳐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은 따라하지 맙시다. 프로 선수라고 해도 몸과 정신을 혹사시키며 메달을 위해 국제경기에 출전하는 풍토는 어느 정도 지양되어야 하겠지요?)


실제로 프로 선수 중에는 인대가 망가졌지만 근육이 받쳐 주기 때문에 계속해서 운동을 해나갈 수 있는 선수도 흔한 것으로 알고요. 우리의 근육은 피부 아래서 뼈를 감싼 채 우리의 소모되는 육체를 지탱하고 힘을 실어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정말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 외 평생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많은 현대인의 적인 허리와 목이 굽는 문제. 이 역시 해당 부위 및 그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되구요. (근육에 힘이 있으면 바른 자세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겨 몸이 앞으로 굽지 않게 된다는 근본적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의학적 치료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근육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니 필요할 때는 병원에 가세요!)


우리 몸의 근육, 인대, 관절은 전부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 한 놈이 제대로 일을 못 하면 옆에 이어져 있는 녀석이 이를 돕기 위해 갈려나갑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팔에 힘이 충분하지 않은데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하다가 어깨 관절, 손목, 팔꿈치 등이 아픈 경우-> 팔힘으로는 못 드는 무게를 받쳐 보려고 근처에 있는 관절/인대가 애쓰다 갈려나간 것임. 이 됩니다.


그래서 가벼운 건강에 대한 기사/칼럼 등을 봐도 어떤 부위의 통증 개선을 위해서는 그 근처 근육을 단련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늘 나오죠. 물론 근육을 기르면 부상을 입기 덜 쉬운 몸이 되기도 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전체적인 체력이 늘어 물리적인 삶의 질이 조금이나마 나아진다는 것 역시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3. 운동을 하는데 승모근이 왜 없어지는가?


그렇다면 목차 1에서 언급했던 '승모근 없애는 운동'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운동을 하는데 근육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검색 결과로 나온 블로그 중 한 곳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위 이미지의 출처는 이쪽 네이버 블로그입니다.)


'상부 승모근이 과다하게 발달돼 보이는 형태'를 없애기 위해 주로 제시되는 해결책은 아래 두 가지입니다.


1. 상부 승모근 스트레칭
2. 중하부 승모근 강화운동


풀어 말하자면


1. 당신의 상부승모근이 잘못된 자세 때문에 너무 뭉쳐 있는 것임. 가벼운 움직임 및 마사지볼을 이용해 불쌍하게 굳은 근육을 풀어 줄 것.
2. 중하부 승모근(등근육)이 너무 없으면 앉아서 목 앞으로 뻗고 목 근처 근육만 졸라 쓰게 돼 있음. 서로 연결된 근육을 균형적으로 발달시킬 것.


이런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승모근을 없앤다는 말의 뜻은


이 운동을 하면 승모근이 사라진다 (X)
잘못된 습관 때문에 굳고 뭉친 근육을 풀어라 (O)
근처의 근육을 함께 강화해서 불균형한 근육 발달을 방지해라 (O)


인 것이죠.


익명님! 그건 근육이 많으신 게 아니에요!

최근 익명질문함을 통해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익명님의 질문 역시 위에서 언급한 문제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근육이라는 것은 힘을 쓰면 아픈 것도 아니고... 편두통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승모근이 굳어도 단단히 굳어 있으신 것 같아요.


헬스 트레이너 분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승모근 및 그 부근의 흉쇄유돌근, 사각근 등이 그렇게 큰 문제를 초래한다는 건 근처에 있는 신경을 누르고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고... 자칫하면 목디스크와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확실한 이야기는 아니고 추측입니다) 그러니 운동을 시작하시기 전에 일단 의사를 찾아가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소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마사지 및 근육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되어 있는 계정 소개합니다.

트위터의 건강여지도 계정(저와 개인적인 관련 전혀 없음. 누구신지도 모름) 링크는 이쪽입니다.


얼마 전에 유도 마무리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목에 큰 충격이 와 병원에 가 보니 이미 이전부터 목디스크가 있었는데 그게 이제 발견된 거란 이야기를 듣게 되신... 그런 분을 바로 옆에서 본 차라 익명님이 많이 걱정되기도 하네요. 마사지볼과 폼롤러를 애착인형처럼 지니고 다니며 의사의 조언에 따라 문제 잘 해결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건강이 괜찮으시다면... 언젠가 유도 시작했다는 소식 전해 주시면 정말 반가울 것 같습니다. ^^


유도 영업을 하나 덧붙이자면, 유도가 코어 및 등을 정말 많이 쓰는 운동이라 (저도 인바디 해 보면 코어 근육 발달 정도가 제일 높음) 전신 근육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선수들은 어차피 인간을 뛰어선 레벨이라 크게 설득력 없을 것 같고, 생체인인 제 몸사를 첨부하고 싶지만 이미 전에 첨부했고... 인바디도 우려먹는 중이라 너무 자주 올리는 건 민망해서... 다음에...



4. 당신은... 근육이 만만해?


미의 기준이란 시공간의 환경에 따라 언제나 달라지는 것이죠.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 평범하게 여겨지는 미의 기준을 따르고 싶은 게 어찌 보면 자연스런-굴복하기 쉬운-욕망이겠습니다. 굳이 이 블로그에서 그런 분들께 탈코하고 페미니스트 전사가 돼라!! 하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여기서 그런다고 뭐 의미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덧붙이자면 복부에서 지방과 수분을 쭉 빼서 얇아진 피부 밑의 근육의 결이 보이는(소위 데피라고 하죠) 그런 몸이 건강한 몸이라고만도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이 얘기는 다음 기회에.


어쨌든 그런 욕망에 따르는 미신적인 믿음들-


헬스하면 몸 너무 커지는 거 아닌가?

나는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는데 승모근이 너무 커졌다 (위의 익명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해 주신 부분은 조금 다른 얘기라고 생각해요. 이건 인터넷에서, 또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듣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근육이 너무 쉽게 생긴다. 다리에 알이 장난이 아니다


-을 보면... 저는 조금 킹이받네요...


프랑스 유도선수 Amandine Buchard (-52kg급). 세계랭킹 1~2위 월클 선수의 가시적인 근육.

왜냐면 근육은 쉽게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 7일 중 5일을 나보다 무거운 놈들을 들며 유도를 2년 동안 달려도 쁘띠한 게 제가 타고난 몸인데...... 당신은 왜 헬스장 가서 기구만 몇 번 당기면 길가던 사람들이 전부 돌아보는 근육질의 몸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당신들은... 기만자입니까...?


(만약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는데 근육이 엄청생겼다? 님은 책상 앞에만 앉아 있을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습니다. 적성을 찾아가세요.)


어차피 여자는 같은 노력을 들였을 때 남자만큼 가시적인 어깨빡 팔뚝빡 가슴빡 하는 근육이 안 생깁니다... 대부분 그렇습니다.


한입만 먹어보면... 이게... 유도가 참 재밌는데...

그러니 저런 비이성적인 고민은 잠시 내려놓으시고, 아름다운 몸에 대한 고민도 잠깐만 내려둬 보시고, 몸을 즐겁게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을 찾아 근육과 건강을 되찾고 재미도 느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해 봤는데... 진짜 재밌습니다. 진짜입니다. 진짜 딱 한번만 해보세요 진짜 좋아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진짜 근육이 잘 생기는... 진짜 근수저인 기만자분들... 님들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넘어가 주세요. 왜냐면 제가 슬프니까요.


그럼 이만~ 다음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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