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벤츠 박물관과 포르쉐 박물관, 그리고 뮌헨에 위치한 BMW 박물관이 되겠습니다.
자동차 역사 그 자체, 벤츠 박물관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설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6년에 세워졌습니다. 총 12개의 전시실이 있고 메르세데스 벤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특히 다임러와 벤츠의 초기 자동차와 유명 인사들이 타던 자동차도 볼 수 있습니다.
벤츠 박물관 건물 전경입니다.
출입구에는 벤츠 택시가 있네요. 벤츠는 택시 스케일도 다릅니다. 한번 웃고 들어가게 만듭니다.
박물관 홀입니다. 전시 관람 순서가 맨 위층부터 내부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구조인데, 맨 위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아주 독특합니다. 아래 사진 보시면 이해가 되시겠네요.
건축 벽면에 우주선 캡슐처럼 생긴 엘베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독특하고 멋도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말 한 마리가 환영합니다.
자동차 이전엔 말을 타고 다녔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어서 오시게 말입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맞이하는 전시품은 교과서에서 만났던 최초의 자동차가 되겠습니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란 전시품이 있는데 무슨 전시연출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이 전시품 옆에 모형이나 영상 같은 전시연출을 했다면 오리지널 전시품은 빛을 잃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벤츠 박물관은 오리지널 전시품 자체가 주인공입니다.
그렇다고 전시연출 매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록사진과 초기 자동차 도면 등이 전시됩니다.
벤츠 박물관의 주인공은 역시 자동차입니다. 끊도 없이 펼쳐진 자동차 앞에 다른 부연설명은 필요 없었습니다.
벤츠 박물관은 맺 위층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동선구조입니다. 커다란 원형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동선인데 중앙 부분이 오픈되어 있는 곳이 있어 공간의 웅장함이 한 것 도들어 보이곤 합니다.
벤츠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자동차 전시품들입니다.
특히 마지막 공간 연출이 하이라이트인 것 같습니다.
마치 자동차 레이싱을 펼치듯 벽면에 자동차 트랙을 사선으로 만들고 그 위에 자동차를 전시했습니다.
완성된 자동차 전시품이 주인공이지만 그 자동차 내부를 이루는 부품 또한 전시되어 있습니다.
벤츠 박물관은 자동차의 역사가 곧 벤츠의 역사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 아닌 자동차 전시품 그 자체를 가지고 말이죠.
전쟁의 위기를 기회로, BMW 박물관
BMW의 시작과 성장은 1차, 2차 세계대전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던 즈음 뮌헨의 오베르비젠펠트 공항 근처에는 구스타프 오토의 바이에른 항공기 공업(Bayerische Flugzeug-Werke, 약칭 BFW, 1916년 설립)과 카를 라프의 라프 엔진 공업사 (Rapp Motorenwerke, 1913년 설립)가 이었습니다.
1917년 7월 25일 카를 라프가 건강악화로 사임하고 프란츠 요세프 포프가 회장 자리에 앉으면서 회사의 이름을 바이에른 원동기 공업사 (Bayerische Motoren Werke / BMW)로 바꾸게 되었고 지금의 BMW라는 이름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BMW의 시작은 엔진의 제작이었는데, 자동차 엔진이 아니라 비행기용 엔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은 항공기의 엔진 생산이 금지되었고 이는 BMW에 있어서도 불운이었습니다. 더군다나 2차 세계 대전 도중에는 연합군의 폭격을 받아 공장이 깡그리 파괴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와중에 BMW는 오토바이로 눈을 돌렸고 이는 R24 오토바이의 대성공으로 BMW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자동차 제작으로 다시금 도약하게 되죠.
뮌헨에 있는 BMW 박물관 전경입니다.
BMW 사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항공기 엔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배경 그래픽을 보아하니 1910년 정도로 되어 보입니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지만 BMW를 다시금 도약하게 만든 콘텐츠는 오토바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박물관 초기 도입부에 오토바이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역시나 배경 그래픽을 보면 어떤 시대적 배경인지 느끼게 됩니다.
최신의 오토바이 전시품도 있습니다.
쓰여있진 않지만 아마도 BMW 초창기 모델인 것 같습니다.
1950년대 BMW 차량으로 보이네요.
1980년대를 지나 현대의 세련된 자동차가 보입니다. 이곳 BMW 박물관 역시 오리지널 전시품이 있다 보니 모형과 영상 같은 연출 매체는 아주 극소수였습니다.
자동차는 아름답다, 포르쉐 박물관
다시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포르쉐 박물관으로 이동해보겠습니다.
포르쉐 박물관 전경입니다.
포르쉐 박물관 역시 오리지널 전시품인 자동차 전시 만으로 방문객들의 찬사를 받아냅니다.
포르쉐 박물관의 전시품인 자동차를 보면 제작연도를 넘어 자동차 디자인이 이렇게 멋질 수가 있나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아래 사진은 포르쉐 자동차의 엔진 소리만을 들을 수 있도록 이벤트 전시를 합니다.
폭발적인 엔진 소리에 사람들이 금세 모여들어 연신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전시부스입니다.
포르쉐 자동차만이 할 수 있는 전시연출인 것이죠.
포르쉐 박물관이야말로 자동차 전시품 외엔 아무런 설명도 아무런 보조 연출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직 전시품만 돋아날 수 있는 전시환경만 조성되어 있습니다.
오리지널이 찐이라면 특별한 전시연출은 필요 없다.
20년 넘게 전시기획자로 지내면서 우리나라의 박물관 사업 용역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더 잘 만들기 위해 국내외 벤치마킹도 많이 다녔고요. 전부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박물관 포함 전시관은 전시물 자체의 전시도 중요하지만 그 외 전시물을 서포트해야 하는 전시연출에 더욱더 많은 관심과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요 발주처가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인데, 그렇다 보니 서로 경쟁의식도 생기게 됩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IT기술이 발전한 미디어 강국 아니겠습니까. 박물관도 당연히 예산만 된다면 첨단 IT 매체를 활용한 영상매체(인터렉티브 영상 콘텐츠, VR, AR, XR, 메타버스 등)와 다양한 모형을 활용한 연출을 요하고 있습니다.
메인 전시품이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보조 전시연출 매체와 체험부스 등이 조화를 이루는 박물관이 많지만, 어떤 곳은 전시관의 주인공인 전시품은 잘 안 보이고 온갖 연출 매체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체험부스로 가득 차 주객이 바뀐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 전시관의 주인공은 박물관의 주제를 담고 있는 전시품인데 말이죠. 물론 전시품이 없는 콘텐츠 중심 전시관은 예외이긴 합니다.
내 안의 오리지널은 무엇인가?
주객이 전도된 곳이 또 있어 보입니다. 바로 나라는 인간입니다.
극소수지만 전시관의 주인공인 전시품은 잘 안 보이고 온갖 연출물이 전시물을 가리고 있듯, 언제부터인가 내 삶의 주인공인 내면의 오리지널보다 보이는 것으로 가득한 외면의 아이템에 집중하게 되고 그것이 나를 지배하고 평가받게 되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죠.
전 저의 내면적 오리지널은 자존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르게 형성된 자존감이 있다면 굳이 명품 의류와 가방, 명품시계가 없더라도 사람들과의 관계나 사회적 관계에서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자존감 없는 내가 그것을 덮기 위해 다른 것을 이용한다면 저나 주변과의 관계에서 좋지 않은 일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벤츠 박물관, BMW 박물관, 포르쉐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내내 든 생각은 '아. 전시품이 찐 오리지널이니깐 굳이 다른 연출 매체를 동원해서 부연설명할 필요가 없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내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 안의 자존감, 내 안의 인격을 찐 오리지널로 가지고 있다면 내 인생을 감싸고 있는 외적 요인(집, 직업, 재산, 옷과 액세서리...)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요, 사람들의 판단도 분명 다르리라. 내 안의 찐 오리지널을 보고 판단해주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