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재미있지만 꽤 힘든 일입니다.
레고나 프라모델 탱크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지만 설명서를 눈이 빠지도록 쳐다보고 그 설명서 순서대로 해야 그나마 완성품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인생을 기획한다는 것은 레고나 프라모델 탱크 같은 설명서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무척 힘들고 복잡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만들어진 설명서를 보고 조립하기도 어려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생을 그냥 주어진 대로 살기보다는 기획하고 계획하면서 살아가야 할 이유와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20대 때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핑(ping-열망하고 움켜잡고 유영하라 / 저자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이란 책입니다.
핑은 이 책의 주인공 개구리입니다.
개구리가 살던 연못이 어느 날 조금씩 말라갑니다. 그래서 개구리 핑은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동하기 위한 결단을 내립니다. 평생 가보지 못한 정글을 헤쳐서 아주 큰 강인 철썩강도 건너야 하는 상황입니다. 부엉이 멘토가 중간중간 힘이 되어 줍니다.
이 책의 마지막은 핑이 철썩강을 건너기 위해 힘차게 도약했지만 끝내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강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하도 오래돼서 가물하긴 한데 마지막 장이 흐름(flow)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것 같습니다.
즉, 강을 건너지 못한 핑(ping)은 강에 빠진 후 몸에 힘을 빼고 강의 흐름(fiow)에 몸을 맡기고 흘러갑니다.
저는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도 좋았지만(변화, 도전, 실행...) 맨 마지막 물살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듯 유영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습니다.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래, 내가 도전했을 때 어찌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랴. 안 되는 것도 있겠지. 최선을 다했는데.
그때 좌절하거나 낙담해서 몸부림치기보다는 실패의 흐름에 내 몸을 맡겨야겠다. 원치 않았건만 흐르는 강물에 내 몸이 잠겼다면 거기서 헤어 나오려 몸부림치기보다는 그 물살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다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제 나이 쉰. 백 프로는 아니지만 내가 계획하고 노력했는데도 안 됐을 때 전 항상 이 장면을 머리에 떠 오르고 상황에 내 몸을 그냥 맡겨 버리면서 살아왔습니다.
인생의 기획, 마지막 제언은 철썩강을 건너려 열심히 훈련하고 도전했지만 끝내 강물에 떨어진 핑의 자세로 마무리를 지을까 합니다.
기획, 계획, 실행.
그러나 실제로 하다 보면 기획대로 안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도 많을 겁니다.
그때는 낙담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덤덤히 인생의 물살에 , 인생의 흐름에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 인생도 흘러갑니다. 지금 이 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