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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형 Sep 13. 2022

지금 서울 어딘가에 서 계신가요?

[도시 서울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 속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문학작품의 배경이 된 청계천과 성남시의 탄생     


새롭게 복원된 청계천의 물살이 가을 햇살과 어우러져 여유롭게 흘러갑니다. 머리 지끈한 직장인들의 쉼터이자 연인들의 달콤한 공간이고 어르신들의 추억이 서려진 공간입니다.   

            


청계천은 조선시대에는 자연 상태의 하천이었다가 한국전쟁이 끝난 후 서울로 모여든 피난민들 일부가 청계천변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판잣집(반은 땅 위에, 반은 물 위에 떠 있는 형태)을 짓고 생활하였는데, 정부는 1955년부터 1970년까지 판자촌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고 복개하여 도로와 고가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다시 청계천을 복원하는 사업을 2003년에 시작하여 2005년에 완공, 지금의 청계천으로 완성됩니다.   

  

그렇다면 1960년대 청계천 판자촌에 의지해 살아가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일부는 정부에서 대규모 주거지로 계획한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일대(현 성남시 중원구)로 강제 이사를 가게 됩니다. 당시 광주대단지로 불리게 된 곳인데, 문제는 전혀 생활할 수 있는 기반(상하수도 등)도 없었을뿐더러 주변에 일터가 없어 도저히 살기가 힘들었습니다. 참다못한 시민들이 1971년 8월 10일 대규모 항쟁을 일으킵니다. 이른바 광주대단지 사건으로 불리며 이후 정부에서는 주거환경개선을 약속하고 당시 광주군의 관할 성남출장소를 성남시로 승격시키고 대대적인 지원사업을 펼칩니다. 오늘날 성남시의 탄생 배경인 것 이죠.      




이 과정에서 당시 동아일보 취재기자였던 조세희는 현장의 참담함을 취재한 후 퇴직하고 한 권의 소설책을 펴내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인문분야 베스트셀러인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입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바로 당시 서울 청계천 판잣집에서 살다가 광주군으로 쫏기듯? 이주한 사람들입니다. 이렇듯 도시를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로 열린 전시회도 있습니다.           


서울은 소설의 주인공이다      


2020년 4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서울은 소설이 주인공이다’는 기획전이 개최되었습니다. 해방에서 4.19까지 서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소개 함에 있어 당시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 사람들의 모습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매개체로 전시 스토리를 이끌어갔습니다. 소설과 시로 만나는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죠.              

     


전시는 총 5개의 섹션으로 전개됩니다.


혼란이 가득했던 해방기의 서울 / 한국전쟁 당시 서울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 / 전쟁 후 복구된 서울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 /  4.19 혁명 전후의 서울 /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4.19와 516을 겪은 이후의 서울     


도시 서울이라는 거대한 공간과 그 안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소설과 시를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면, 전시회에서는 그 작품 속 배경이 된 당시의 도시 서울과 사람들의 모습을 역으로 잘 보이게 풀어놨습니다.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작품 속 서울 토박이와 실향민, 지방에서 무작정 상경한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저 안에 내 부모와 형의 모습을 찾아봅니다.      



박완서의 <나목>, <그 많던 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등등의 소설책만 봐도 마치 내가 그 시대로 돌아갈 듯 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런 관람객들을 배려했는지 전시회는 단순히 문학작품만 전시하지 않고 소설 속에 묘사된 명동 PX 당시의 모습을 대형 그래픽과 관련 생활유물 5백여 점을 통해 재현했습니다.      



그 안에서 관람객은 도시 서울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을 만나게 됩니다.      


아쉬운 점은 상설전시가 아닌 기획전이어서 지금은 보실 수 없습니다. 그래도 세부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에 가시면 온라인 전시로 만나실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드라마틱한 현대사가 펼쳐진 2002년까지의 서울에서 일어난 사건과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은 ‘서울은 소설의 주인공이다 Ⅱ’를 했으면 어떤가 하는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도시 서울의 역사는 누가 만들어 가는가?      


소설 속 배경과 사건,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도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사람이죠. 오상원의 <무명기> 속 시위 학생도, 박완서의 <나목>에 등장하는 청소부 아줌마도, 이범선 <오발탄> 속 무직자인 제대 군인 영호도 어찌 보면 당시 서울에 살았던 평범한 사람입니다. 사람 없는 사건과 서울이라는 배경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의 선택과 행위는 곧 스토리가 되고 이 스토리가 모여 결국은 도시 역사의 큰 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일터로 삼고 있는 이곳 구로디지털단지는 과거에 구로공단으로 불렸던 곳입니다. 지금은 IT기업이 많고 그에 따라 유리빌딩이 꼿꼿이 서 있는 곳이지만 과거 이곳은 미싱사들이 온종일 먼지 속에서 일해야 했던 곳입니다.     


지금도 구로디지털단지 거리에는 당시 미싱사들의 작업 사진이 이미지 월로 세워져 있습니다. 구로공단과 공단 속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신경숙의 <외딴방>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이 이미지월 사진 속 미싱사는 지금 어딘가에 있을까요?     


지금은 구로디지털단지로 바뀐 옛 구로공단의 도시 역사에 있어 본인도 소설 속 주인공이었음을 그분은 알고 있었을까요?     


도시의 역사는 이렇게 흘러왔고 앞으로도 흘러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다름 아닌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 서울의 또 다름 이름은 사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울의 역사 그리고 도시의 역사, 곧 사람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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