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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레지나 Jul 12. 2024

좌충우돌 학원 일상 3

세상에서 가장 예쁜 청혼


학원의 어느 여자아이와 나는 처음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전에 계시던 선생님께서 그만두신 자리에 내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꾸만 내게 다시 가라며 밉다는 말을 자주 했다. 하지만 어린이의 마음을 얻는 건 생각보다 쉽다. 잘 놀아주면 된다. 다행스럽게도 그 아이가 있던 시간대는 마지막 타임이라 2-3명 밖에 없는 여유로운 시간대였다. 오롯이 아이의 마음을 얻기 위한 생각으로 논술 책을 읽을 때는 구연동화를 하듯 즐겁게 읽어주었고, 활동적인 아이를 위해 온몸을 불살라 몸으로 놀아주었다. 덕분에 옷은 늘 너덜너덜, 색연필 투성이었지만 나도 나름 즐겼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아이는 스르르 마음을 열었다. 말 안 듣는 아이가 있어 속상할 때는 다가와 선생님 힘내세요, 사랑해요, 하며 위로해 주었고 선생님이 아이브보다 예쁘다는(?) 말까지 듣게 해 주었다.


어느 날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나 선생님이랑 결혼할래”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 나는 아이들이 ‘결혼은 남자랑 여자랑 하는 거야’라든지 ‘여자랑 여자는 결혼 못해’ 등의 말들을 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말로 반박(?)을 시작했다.


“너는 아직 어려서 결혼 못해!”

“너 어른 되면 선생님은 할머니 돼!! “


성별이 아니라 나이가 문제였다니! 사실 그다지 할머니가 될 나이는 아니지만 예상과 다른 아이들의 반응에 왠지 놀랍고 즐거웠다.

그런데 가장 놀랄 일은 아이의 대답이었다. 방글방글 웃고만 있던 아이는 말했다.


“맞아 나 할머니랑 결혼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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