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많은 선생님과 순수한 아이의 대화법
나를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던 아이는 다음날 부모님께서 원장님이 도깨비라 안 된다 했다는 말을 전한다. 감탄스러웠다. 이토록 우아하고 적절한 거절이라니. 내심 안도한 나는 그럼 어쩔 수 없다며 오지 않을 다음을 기약했다.
그런데 며칠 후 아이는 부모님께서 허락하셨으니 이제 초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세상에, 부모님께 죄송했다. 몇 날 며칠을 볶아댔나보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는 황당한 핑계를 대고야 만다.
"우리 엄마가 안 된대..."
자괴감이 들었다. 기껏 댄 게 엄마 핑계라니. 그런데 의외로 핑계가 먹히는 게 아닌가. 전에 했던 다른 거짓말 덕분이었다. '우리 엄마는 3000살이셔.'
아이는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3000살 할머니요...?"
거짓말은 확실히 거짓말을 낳는다. 우리 엄마는 졸지에 3000살 먹은 할머니 도깨비가 되어 버렸다. 어쩌겠는가. 이것 역시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함이라 마음속으로나마 용서를 빌었다.
이렇게 일단락되는가 싶었던 도깨비 소동은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되는데, 입만 열면 농담이 튀어나오는 망할 버릇 덕분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초등학생 문제집을 채점하는 일이 어른에게 얼마나 쉬울지는 말 안 해도 모두가 알 것이다. 채점을 빠르게 하다 보니 어린이 눈에는 그게 신기해 보였던 모양이다. 그걸 언제 다했냐는 물음에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게 내가 도깨비로서 가진 초능력이라고, 비밀이라며 속닥였다. 잠시 생각하던 아이의 한 마디는,
"그러면 시간을 멈추고 엄마 몰래 우리 집에 오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