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한 남편이 시간만 나면 차에 혼자 가서 눈물을 훔치며 몰래 보는 드라마가 있었다 (김 부장 이야기~)
내게 보라고 이야기할 때마다 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의 현실을 확인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그런 내 마음을 모른척하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드라마는 끝났고, 남편은 언젠가 꼭 한번 보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일이 생겼다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남편은 사기를 당했고, 난 그를 믿고 돈을 주었다
우린 그렇게 함께 당했다
눈물이 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황당했던 그 시간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이 드라마를 펼쳤다
어쩜 이런 때에 보게 되었을까
드라마 속 사기를 당하는 주인공의 주저앉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고통스러웠고 한편으론
위로의 토닥거림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돈보다 더 중요한 건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이라고!
그는 현실의 우리들처럼 씩씩하게 살아갔다
그렇게 현재에 충실하게 살고 있는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회사에 있는 남편, 세차장에서 제2의 인생을 사는 나의 아버지, 그리고 농사를 지으며 자존감을 느끼는 시아버지
그들은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가장의 무게를 지고 살아왔을까
덤으로 힘들었던 나의 시간도 떠올랐다 나름의 애정을 듬뿍 쏟았던 나의 일, 퇴직
그 모든 것이 살고 하자 하는 이들의 최선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다
당연하지 않은 감사함이 밀려온다
매일 밤손님 접대로 술에 취해 들어오던 어린 시절의 아버지, "어린 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었지 "
그게 우리들을 사랑하는 방법인지도,
그리고 일요일 저녁이면 일찍 잠자리에 들고, 월요일 저녁에는 곯아떨어지는 남편을 다시 눈에 담는다
힘듦을 견디며 살아온 그들의 장거리 여행을 응원하고 싶다
지키고 싶은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결혼을 하고 경기도로 이사 간 친구는 재테크를 열심히 해 드디어 서울에 자가를 가지게 되었다고 얼마전 소식을 전했다
드라마처럼 대기업 다니는 남편, 공부 잘하는 아이, 인 서울을 모두 이룬 것 같아서 " 네 꿈을 다 이뤘구나 " 축하해 주면서
한편으로는 행복한지 물어보고 싶었다
나의 꿈은 무엇일까? 남편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우리의 삶을 돌아봤을 때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을까, 모르고 있다면 알았으면 좋겠다
바람에 춤추는 새들과 흐르는 구름을 보며 글을 쓰고 있다
회사에 열심히 다니는 배우자, 그리고 나는 하고픈 일들을 조금씩 하며 추운겨울
따뜻한 집에서 고양이 한마리와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드라마 김 부장 이야기#드라마속우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