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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 윤 Jan 04. 2023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주역의 변화 철학을 가장 잘 나타내는 논리이다. 궁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갈 곳까지 간 상황이다. 갈등이 해결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다다라 스스로 변화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발동한다. 변은 드디어 변화가 일어나 해결책을 모색하는 단계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변화가 발생한다. 통은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 단계이다. 기존의 상처가 아물고 갈등이 진정되고 새로운 관계의 양상이 시작된다. 안정기에 접어들고 문제가 해결되면서 순항의 길에 접어든다. 구는 안정기가 지속되는 단계이다. 사람들은 혼돈과 변화를 잊고 현재에 익숙해진다. 안정감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갈등이 주는 창조적 에너지를 놓고 안주하기 마련이다. 위기에 대한 기억을 잊고 언제나 행복과 평안이 지속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이미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이것이 거듭 누적되면 다시 변의 상태로 빠져든다.      




인간관계에도, 일에도 세상에도 영원한 안정이란 영원한 평화란 없다. 그렇다고 영원한 갈등도 영원한 불안도 영원한 절망도 없다. 나는 당신에게서 대양적 감정을 경험하고 찰나에서 영겁을 산보하기도 하지만 그 기쁨과 평화와 사랑의 얼굴 한쪽은 불안과 슬픔이 뒤척인다. 변화는 늘 존재하고 우리는 그 변화 속에 잠겼다 떠올랐다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견디는 힘이 생긴다. 마음의 근육이 생긴다고나 할까. 나의 즉자적이고 충동적인,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변덕을 세계 최고의 골키퍼처럼 당신이 몸을 날려 받아 안고, 나의 가르랑말 으르렁 말을 당신이 옹가강가로 받아내고, 그냥 툭탁거리는 말에도 지나치게 심각한 당신에게 내가 꿀벌처럼 잉잉대고, 싸워서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보다는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훨씬 더 좋음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내게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는 희망의 철학이다. 당신과 나 사이, 일과 나 사이, 세상과 나 사이 내가 영원한 패배자가 아닌 것은 때론 실패한 관계도 실패한 경험도 새로운 시간이 덮이고 새 흙이 뿌려진 그곳에 눈물과 희망을 품은 꽃이 또 찬란히 피다 이울 테니까. 다시 피고 지고 피고를 반복할 테니까. 회자정리 거자필반 사즉생 생즉사를 반복하는 우리 인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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