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오는 아이들의 땀냄새가 싫지 않다. 동네의 특성인지 아이들은 날마다 공을 찬다. 전교 1등도 300등도 똑같이 공을 찬다. 고 3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학부모 간담회 때 엄마들 주건의 사항 중 하나가 축구 좀 작작하고 공부에 집중하게 지도해주십사이다. 손가락 몇 개와 안구의 격렬한 회전으로 하는 피파 게임보다 몸으로 부딪치며 하는 축구가 더 좋은 아이들. 학원에 와서도 몸으로 논다.
스마트폰으로 노는 아이들에겐 땀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들의 뇌는 팝콘 브레인. 강도가 강한 시청각 자극,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는 직방으로 반응하나 타인의 감정이나 느리게 변화하는 진짜 현실에는 무심하고 무감하다. 그들의 뇌는 어느 순간 치매 상태와 다를 바가 없다. 상호작용을 통한 공감 능력이나 사회성이 커가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에서 우려되는 또 하나의 문제가 사이버 불링이다. 온라인 상에서의 괴롭힘과 왕따. 스마트폰 의존성이 강한 만큼 아이들의 상처도 크다. 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 중 71.6%가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고, 절반 이상이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 이유로 "우연히 가담했다"는 대답이 43%로 가장 많았다. 괴롭힘에 이유가 없는 것이고 누구든 찍히면 걸리는 것. 그러니 이건 손수건 돌리기 게임이나 다름없다. 아니 시한폭탄 돌리기인가. 사이버 불링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신체적 폭력보다 더 가학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투명인간 만들기는 얌전할 정도.
아침에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데 대부분의 승객이 스마트폰에 꽂혀 있었다. 우연히 합승한 모기의 활강엔 무관심하였다. 아버지 어머니가 그런데 아이 보고 모라고 하겠어. 접속이 안 되면 지구로부터 교신이 끊긴 채 우주를 유영하는 비행사 심정이 되어 버리는 나인데 모라고 하겠어. 몸으로 부딪치고 상호작용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가야 할 아이들. 구조를 탓하기 전에 일상에서부터 변해야. 중학생 제자는 스마트폰을 반납하고 일주일 동안 130킬로미터를 친구들과 걸었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 스마트폰님을 영접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씨앗은 발아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