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새벽일기

나의 할아버지

by 글쓰는 최집사

추석연휴 첫 날 아침, 할아버지의 부고를 들었다.

올 해 들어 급격하게 컨디션이 악화되신 할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모시고 꼭 한 달 반이 지났다. 요양원에서 조금 기력을 회복하시나 했는데, 위장이 좋지 않으셔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으셨다. 그리고 몇 주 뒤 돌아가셨다.

코로나 시국이라 면회도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금방 돌아가실 것 처럼 위중하신 상황도 아니어서 더더욱 그랬다. 연휴 끝자락 즈음 면회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나에게 외할아버지는 아버지나 다름이 없다.

내 어린시절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이 더 많았으니까. 할아버지는 연세에 비해 늘 정정하시고, 건설 쪽 일을 하셔서인지 힘도 잘 쓰시고, 뭐든 고치셨고, 만드시는 분이었다. 나와 내 동생에게는 언제나 따뜻한 할아버지였다.

중학교에 올라가서까지 할아버지는 내가 학원에 오고갈 때 꼭 데려다주시고 데리러 오셨다. 덕분에 학원 아이들도 모두 할아버지를 알았다. 초등학교 시절 내 연필은 늘 할아버지가 예쁘게 깎아주셨고, 나는 연필깎이보다 할아버지가 깎아주는 연필을 더 좋아했다.


그보다 더 어린 시절엔, 할아버지의 커피 각설탕을 훔쳐먹는 내가 있다. 남동생과 싸우다가 할아버지에게 나만 혼나 억울해 우는 내가 있고, 할아버지의 담뱃갑을 모조리 숨겨 놓는 내가 있다. 할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개씩 각설탕을 먹는 나를 걱정하면서도 커피를 타시면 늘 설탕 하나를 나에게 쥐어주셨고, 남동생을 더 예뻐하셨지만 나를 적게 사랑하지 않으셨고, 나와 동생을 위해 담배도 끊으셨다.


크게 아프신 곳 없이 아흔이 넘는 연세로 돌아가셨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싶다가도, 명절 연휴에 홀로 눈을 감으신 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할아버지는 내가 집에서 5분 거리에 학원도 혼자 가게 두지 않으셨는데. 마음껏 울지도 못하고, 내 어린시절의 키다리 아저씨를 보내드렸다. 그 분이 주신 사랑만큼, 살아가며 계속 생각이 나겠지.


나의 할아버지.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그곳에서 편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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