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작업회고 (2월 1주)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1/29 (목) 폴댄스 수업
1/31 (토) 친정 가족 모임
2/1 (일) 폴댄스 수업
2/3 (화) 폴댄스 수업
2/5 (목) 프로덕션 창작 회의 / 폴댄스 수업
-그 외 연극 대본 집필, 2/4일 마감 완료
▶ 무엇을 배웠어?
"인공지능을 잘 활용해보자"
드디어 마감을 쳤다. 이번 마감 때 은근히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건 의외로 시놉시스와 작의 정리였다. 대체로 나는 대본 작업을 할 때 시놉시스와 작의를 모두 정리해 놓고 시작을 하고, 이번에도 먼저 정리해두기는 했지만, 대본 제출을 앞두고 도무지 시놉과 작의를 정갈하게 정리 할 머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시간도 없고, 체력도 없는 상태에서, 좀처럼 정갈하게 정리되지 않는 글을 보며 망연함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챗 gpt를 꽤나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남편이 떠올라서(진짜 온갖걸 다 gpt랑 논의하고 상담함ㅋ), 나도 gpt에게 내가 써둔 시놉과 작의를 입력시킨 다음 나의 의도가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문장을 정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냥 내가 쓴 문장 안에서 다듬어주겠지, 생각했는데. 어라. 생각보다 너무 괜찮다. 지피티가 정리해 준 문장을 읽으면서 되려 내가 ‘그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였어.’라고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물론 그간에도 자료를 수집하거나, 아이디어가 정리 안 될 때 여러모로 gpt를 사용해 왔지만 한 번도 시놉 정리를 시켜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오히려 정말 gpt가 잘 하는 건 이런 영역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창의력의 영역보다는, 정리하고, 다듬는 영역에서 gpt를 잘 활용하면 앞으로도 굉장히 유용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gpt를 비롯해 최근엔 제미나이까지, 인공지능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창작의 영역까지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이 생활의 영역을 넘어 문화 산업 전반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지만, 언제나 그랬든 잘 사용하면 오히려 득이 될 것이고,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될 것이다. 그보단, 사용하지 않으면 독이 될거란 말이 더 옳아보인다.
주변 창작자들 가운데 gpt의 사용을 꺼리는 분들이 많다. 창작자로서, 인공지능에게 창작 과정에 무엇이라도 도움을 받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고, 단순하게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생각하며 사용하는 행위를 변절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을 통해 봤을 때는 이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책과 문헌이, 그 다음에는 인터넷 정보가 창작의 밑바탕이 되었다면 그 도구가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물론 인공지능에게는 이전의 도구들과 다르게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재가공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공포를 주지만.
이번 일로 새삼스럽게 gpt를 잘 활용 하는 방법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부하는 만큼, 잘 알게 되는 만큼, 오히려 gpt가 판치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을 수 있을것이다.
▶어떤 감정을 느꼈어?
"<용감한 형사들>을 즐겨보는 이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이 ‘용감한 형사들’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이들이 꽤나 많다. 범죄물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사람인 건지, 살인사건 이야기가 뭐가 재밌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난 공포영화는 봐도 고어물이나 잔인한 폭력범죄 영화는 보지 못 하는 사람이다. 잔인한 이야기는 질색이고, 귀신보다 사람이 백만배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설거지를 하거나 씻을 때, 길거리를 걸을때 무의식적으로 틀어놓고 들을 정도로 <용감한 형사들> 마니아다. 난 어쩌다 강력범죄 이야기를 풀어내는 프로그램을 좋아하게 된 걸까.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나는 범죄 그 자체보다는 그 범죄 속 사람들의 심리에 빠져드는 편이고, 범인의 이야기보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었다. 수많은 범죄 프로그램가운데 ‘용감한 형사들’은 형사들의 검거일기에 집중한다. 최근에야 워낙 과학수사도 발전하고, 곳곳에 cctv가 있어서 범인을 특정하는 일이 비교적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불과 20년 전 만 해도 사건의 증거를 찾고, 목격자를 찾고, 단서를 찾아 해결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았다.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은 거대한 수수께끼를 해결해야 하는 일.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녹록지 않은 일일까.
다소 우습게도, 나는 형사들이 범죄를 해결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에 크게 감정이입을 한다. 내가 하는 일과 강력범죄의 범인을 잡는 일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고 가당치 않은 일이긴 하지만, 형사들이 느끼는 외롭고 답답한 심정이 너무나도 이해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의 과정은 범죄를 해결하는 과정과 확연히 다르지만, 행위의 주체가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 실마리를 풀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할 때, 심리에서 비롯된 인물의 동기를 파악하려고 애쓸 때. 결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라는, 모든 것이 내 손에 달렸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때. 감정의 무게와 크기는 확연히 다르겠지만 동질감이 느껴진다.
마감기간 내내 나를 괴롭혔던 압박감과 부담감을 한주에 끝에 용형을 보며 해소했던 나. 돌이켜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 다음 주는 어떻게 살고 싶어?
"최소한의 계획으로"
다음주는 마감 직후로 잡아 둔 일본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사실, 12월 말부터 이 순간까지, 온갖 가족 행사와 모임 같은 외부 일정과, 작품 마감이라는 내부 일정이 양쪽에서 달려들어 나를 괴롭히는 바람에 이제는 정말이지 쉬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그리고 여행은 더 이상 쉼이 아니라는ㅋㅋㅋ 최근의 경험이 쌓이면서 이번 여행에 큰 부담을 느꼈다.
늘 가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어 들리지 못 했던 아마노하시다테와 이네로 떠나는 여행. 남편과 여행을 계획하며 다짐했다. 이번 여행은 최소한의 계획으로 움직인다. 익숙한 도시 교토로, 최소한의 에너지로 움직일 수 있는 동선으로, 마음의 힐링과 편안함을 추구하기로 했다. 교통수단과 숙박을 제외한 나머지는 계획하지 않기로 했다. 우린 4일 동안 아마노하시다테의 모든 것을 즐기고 가겠다는 마음을 버리기로 했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 아래서 물멍을 때리고, 못 다했던 대화들을 나누고, 배고프면 먹고, 갑자기 보고픈게 생기면 보기로 했다. 그렇게, 계획과 부담을 덜어내고, 에너지와 행복을 채우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다음주는 여행일정으로 주간 회고를 쉬어갈 예정:)
대신 여행 일기를 잘 남겨보자. 아 물론 쓰고 싶으면.
▶이번 주의 사진 한 장
상술인 거 알아도 꽤나 좋은 바나프레소 오늘의 운세:)
창작 회의 앞두고 가장 필요했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