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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최집사 Feb 28. 2020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까?

사후세계를 통해 말하는 인생 이야기, <굿 플레이스>

절대 천국에 갈 수 없는 삶을 산 네 명의 인간이 죽어서 천국(굿 플레이스)에 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넷플릭스의 유명 미드 중 하나인 <굿 플레이스>다. 소재부터 참신하지만 주인공인 엘레너와 치디, 타하니, 제이슨, 그리고 굿플레이스의 설계자 마이클, 굿플레이스의 인공지능 재닛까지 다채롭고 톡톡 튀는 캐릭터와 가벼우면서도 그 안에 내재 된 묵직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무려 2016년에 방영을 시작한 굿 플레이스 시리즈. 최근 시즌4가 종영하며 정말로 엔딩을 맞이 하게 되었다. 시즌 중간에 비슷한 컨셉이 반복되는 듯 싶어 지루한 구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캐릭터와 소재의 힘만으로도 시즌4까지 끌고 오는데 큰 무리가 없던 드라마. 한정 된 세계관 안에서도 다양한 스토리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함'만은 잃지 않았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인만큼 결말에 대한 기대도 클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해피앤딩일거라고는 예상 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마지막 화를 보고나서 이 드라마를 완벽한 엔딩으로 끝마쳐 준 작가와 제작진에 감사한 마음이 충만해졌다.






결국 굿플레이스에 가게 된 우리. 그런데...


시즌1 마지막에 자신이 있는 곳이 굿플레이스가 아니고 배드플레이스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엘리너. 그 반전을 시작으로, 시즌2와 시즌3, 시즌4 중반까지도 평범한 인간을 대표하는 네 사람은 굿플레이스에 가는 것을 목표로 말 그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사후세계의 체제를 바꾸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인간은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는 사실에 감명받은 악마 마이클마저도 인간들을 위한 올바른 사후세계 시스템 구축을 위해 자신을 다 바친다.


그리고 마지막 시즌에 그들은 드디어 목표를 이루고 굿플레이스로 향한다. 사랑도 이루고, 인간과 악마 사이의 유래 없던 우정도 얻으며 마침내 굿플레이스에 도착하게 된 네 사람, 그리고 마이클과 재닛. 사실 이 드라마를 끝내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이 여기까지였을 것이다.


"네명의 평범한 인간과 그들에게 동화 된 악마 마이클은 그렇게 사후세계의 시스템을 바꾸는 데 성공하고 굿플레이스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에서 시작되었다. 천국이라고 불리는 굿 플레이스에 도착했다. 그런데 굿 플레이스가 엉망진창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뭐든 할 수 있고, 갖고 싶은 것은 뭐든 가질 수 있는 세상. 말 그대로 천국인데, 오히려 그래서 문제였다. 굿 플레이스에 사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제대로 생각조차 하지 못 한 채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었다. 굿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운영위원회는 마이클이 도착하자 이때다싶어 그에게 소생불능인 굿플레이스를 넘겨버리고 도망쳤고, 주인공들은 그토록 힘들게 도착한 굿 플레이스의 모습에 실망한다.


사실상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결국 굿 플레이스에 도착한 이후의 이야기에 녹아있다. 과연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가능할 것인가. 천국에 가느냐, 지옥에 가느냐. 무엇을 선으로 봐야 하는가.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전 시즌까지 스토리에 녹아 흐르던 질문들이 모여, 마지막 엔딩에는 다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우리 삶에 행복을 주는가.




우리의 오늘이 행복한 이유는, 끝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영원한 행복을 주는 것이 과연 정말 행복해지는 길일까. 아니다. 정말 행복하기 위해서는 영원이 아닌 끝이 필요하다.


예상과는 다르게 영원한 행복이 아닌 영원한 권태와 무기력함만 가득한 굿 플레이스를 변화시키기 위해 주인공들이 내 놓은 해답은 아주 간단했다. 굿 플레이스에 하나의 문을 만드는 것. 영생을 끝내는 문. 영원히 사라질 수 있는 문. 그 문 하나가 굿 플레이스를 바꾸기 시작한다.


인간들은 다들 언제나 조금 슬프다고 했죠. 죽음을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걸 알기 때문에 인생에 의미가 생긴다고요.
-굿 플레이스 중-

시의적절하게도 최근 겪에 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내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교훈들과도 일치하는 메시지였다. 우리는 일상의 행복과 그 소중함을 그것이 사라짐으로써 알게 된다. 우리는 언젠가 이 삶이 끝을 맺게 됨을 알기 때문에 오늘을 더 가치있게 살고자 한다.

최근 사랑하는 고양이의 시한부 판정을 겪고 또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평범했던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느낀다. 끝이 있음을 깨닫고 나면, 지금 나에게 남아있는 이 시간들이 정말 소중해지기 시작한다.


굿 플레이스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에서 끝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다가 자신의 삶이 충만하다고 느껴졌을 때 영원을 끝내는 엔딩을 선택한 제이슨, 치디, 엘리너. 설계자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선택한 타하니. 그리고 영원불멸의 몸을 버리고 끝이 있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마이클.

마지막 엘리너까지 영생을 끝내기로 결심하면서 내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들이 영영 떠나는 것 같은 슬픔을 느꼈지만, 이보다 완벽한 엔딩은 없었다.







시즌 내내 유쾌한 캐릭터에 깊이있는 이야기로 나를 웃고 울린 드라마. 끝났다는게 너무 아쉽지만 이렇게 끝났기 때문에 더 의미있게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끝, 영원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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