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편의 힘 / 이정록
쓸모도 없는 발가락.
며느리발톱 하나가
닭발 뒤편에 달려있다.
수령이나 절망에 빠져보면 안다
허공만 딛고 있던 작고 못난 발가락이
마지막 버팀목이 된다
지켜준다는 건 조용하게
뒤편에 있어준다는 것이다
똥 싸는 일을
뒤를 본다고 쓰는
얼간이도 있다마는
뒤를 본다는 것은
알을 낳는다는 말이다
희망을 돌아본다는 약속이다
해가 뜰 때까지
매일 까치발을 딛고 있다가,
닭은 발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소중한 건 뒤편에 있다
뒤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닭이 가지고 있는 며느리발톱은 주로 수탉에게서 볼 수 있다, 다리 뒤쪽에 위치한 뼈에서 툭 튀어나온 돌기인데 발톱처럼 케라틴 성분이 덮여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길어지고 날카로워진다. 살아있는 닭을 볼 기회가 거의 없고 식당에서 파는 닭발도 주로 암탉을 쓰거나 수탉일 경우 미리 잘라내버려 보기가 쉽진 않다.
이 시를 통해 며느리발톱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신기해서 검색해 보니 시골서 놓아기르는 수탉이나 투기장판의 수탉의 며느리발톱은 꽤 위협적이고 위험해 보였다.
며느리발톱은 앞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뒤를 향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뒤편의 힘'이다.
평소에는 드러나 보이지 않고 기능이 없는 듯 보이지만 가족을 지켜야 하는 수탉의 경우 이 며느리발톱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투기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죽느냐 사느냐 생사의 갈림길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무기이다.
보통 힘들 때 자신을 돌볼 '뒤'가 있다는 말을 쓰기도 하고 '빽'이라고도 한다. '비빌 언덕'이라는 말도 있다. 정말 힘이 되는 것은 앞이 아니고 뒤인 가보다. 마지막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뒤'의 힘이란 '희망'이라는 말과 같은 것인가 보다.
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무기가 되는 발톱을 왜 하필 '며느리발톱'이라고 했을까? 내 생각에는 한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며느리에게 있다고 믿었던 선조들의 혜안이 아니었을까 싶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여성비하적인 속담도 있지만, 정작 집안이 위기에 처했을 때 발휘되는 며느리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아셨던 것이다. 실제 우리들의 어머니를 떠올리면 금세 이해가 된다. 전쟁과 가난으로부터 자식과 집안을 지켜내야 했던 뒤편! '어머니'의 힘'은 감히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강하다.
그런데 정작 며느리발톱은 암탉에게서는 희미하게 흔적만 보일 뿐이다. 수탉의 단단하게 구부러져있는 며느리발톱은 보기만 해도 가장으로서의 위엄이 느껴진다. 그런데 수탉이 가지고 있는 '며느리발톱'이라니?
생각할수록 재미있다. 가장인 아버지로서의 위엄과 가장이 부재할 경우 가정을 지켜내야 했던 어머니를 동시에 떠올리게 된다.
시아버지들은 집안이 위기일 때 며느리들을 가장 믿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겉으로만 가부장적인 제도였지, 속사정은 여성의 능력에 대한 감력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나의 단어, 특히 순우리말의 뜻을 헤아리다 보면 재미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된다.
이정록 시인의 '뒤편의 힘'을 통해 우리를 낳아 먹이시고 입히시느라 고생하셨던 부모님들을 생각해 본다.
살아가면서 힘들 때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뒤편'이 무엇일까도 생각해 본다. 우리들의 '뒤편'은 가족이라는 확신이 든다. 가족은 삶을 버티게 해 주는 '희망'이다.
요즘 불편한 가족관계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안타깝다. 평소엔 쓸모없어 보이고 거추장스럽게 매달린 듯 보이지만, 유사시에 나를 지켜내 주는 강력한 무기 '며느리발톱'이 주는 깨달음을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