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by 박지영JYP

주말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읽자마자 드는 생각이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였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 이론'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이론을 이해해야 소설을 이해할 것 같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어느 날 꿈을 꾸고 난 후 갑자기 고기를 거부하고 세상과의 소통마저 끊게 되는 영혜의 상태가 프로이트의 이론을 통해 충분히 해석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문 개를 잔인하게 죽인 후 그 고기를 억지로 먹게 했던 아버지의 폭력이 트라우마가 되어 무의식 속에 억압되어 있다가 성인이 되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때 입은 정신적 충격은 실제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자주 맞았던 '따귀'라는 신체적 외상과 결합하여 성인이 된 이후 채식과 세상과의 불통이라는 극단적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본인의 욕구대로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 행동이 아이들에게, 더 나아가 타인에게 이토록 큰 상처가 된다는 것은 인간이 참으로 섬세하고 민감한 존재임을 말해준다.


​채식을 선언한 이후 영혜가 아예 음식을 거부하는 점, 역시 평온한 상태인 무생물 상태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죽음 본능'이라는 프로이트의 이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삶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이 공존하는 것이다.


불안과 갈등은 그것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마비나 통증 등의 신체증상으로 나타난다. 소화가 안 되고 두통이 심해지거나 근육이 결린다거나 불면증 등의 신체적 증상이 우울증의 시초임을 보면 알 수 있다.

​고기를 보면서 구역질을 하고 가슴에 답답함을 느끼고 결국 나무가 되어간다고 믿으며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영혜의 행동을 읽으면서 나 또한 가슴이 답답했다.


정해놓은 법, 질서, 도덕을 강요하는 초자아적 사회와 본능적 자아의 괴리로 인해 나타난 영혜의 증세는 나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되고, 급기야 뼈가 마르고 배배 꼬인 마른 나뭇가지의 모습이 되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게 된다.


​그녀에게 육식은 "내가 살려면 다른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폭력의 상징이다. 개고기를 먹인 아버지에게 반항하지 못했던 그녀의 침묵은 성인이 되어 다시 고기를 억지로 입에 쑤셔 넣으려는 아버지 앞에서 칼로 손목을 긋는 자해행동으로 나타난다.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영혜의 완강한 몸짓이다. 누군가를 죽이지 않아도 되는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영혜의 소망은 비폭력을 대변한다.


​소설 '채식주의자'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인 영혜 남편의 관점,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인 형부의 관점과 언니의 관점 등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아내를 개성 없고 비상식적인 여자로만 치부하는 남편과 영혜를 자신의 예술적,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몰아간 형부, 동생을 자신과 같은 아픔을 공유한 한 인간으로 이해하는 언니 인혜의 관점은 "한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신의 목적과 이익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묘한 절망감을 안겨준다.


그러고 보니 영혜를 위협하고 무시하고 이용했던 상대는 모두 아버지, 남편, 형부가 아닌가. 그들은 모두 남자이고 영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언니만 여자인 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작가의 페미니즘적인 성향인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유난히 예민하다. 인간의 폭력이 어떻게 나타나고 그것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피' '나무' '초록색' 검은 숲' 등의 단어들은 몽환적인 느낌을 강렬하게 살려준다. 이해할 수 없는 또는 이해하기 힘든 인간의 행동 안에는 깊은 내면적 잠재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 '폭력'보다 오히려 두렵다.


​내 의식 안에 도사리고 있던 무의식을 만나는 날, 나는 과연 무엇이 되고 싶을지를 묻는 일은 어리석은 것일까?

그때 나는 되고 싶은 그 무엇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나를 나는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언니 인혜가 그랬듯 그런 나를 이해해 주는 누군가가 과연 곁에 있을까?


혹시 '그 무엇이 되고 싶은 이' 가 가까이에 있는 우리의 가족 혹은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물음표를 많이 사용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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