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 박지영
여자의 주머니는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신기하기도 하지
만드신 이조차 유용하게 사용하신 주머니
눈 코 입이 조각되는 동안
제조의 장인은 기쁨과 슬픔, 성냄의 영들도
불러 모으셨나 보다
문이 열리고
빛이 쪼개지며 저마다 맡은 영들을
포대기로 감싸 안았지
낳음과 놓음이 같음인 것을 알았을 때
주머니 주인은 당황했단다
열 달 밖에 품을 수 없는 시한부 동거였어
도로 담아 넣을 수만 있다면
기꺼워할 여자들이 몰려다닌다
다시 시작할 수 없는 시작을 모의한다
주머니로부터 시작된 엄마의 증세
내림받아 불거진 나의 증세
놓아야 치료되는 얄궂은 증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