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특권

by 박지영JYP


코끼리의 임신기간은 22개월이다. 2개월이 모자란 2년을 뱃속에 품고 있어야 비로소 한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다.

임신기간은 여자에게는 온 우주를 품에 안은 듯한 행복이다. 하지만 호르몬의 변화로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열 달을 고생하다가 새 생명을 마주 볼 때의 경이로움은 말로 표현 못 할 기쁨이다.

그런데 2년여의 기간을 뱃속에 품고 있을 코끼리 엄마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태어나자마자 목숨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대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라고 한다. 태어나자마 무리와 함께 먼 길을 이동해야 하는 코끼리가 아기를 지켜내기 위한 약속인 것이다.

안전한 뱃속에서 몸도 지능도 어는 정도 키워놓고 세상밖으로 나오도록 한다. 자연은 우리가 흉내 낼 수 없는 지혜를 품고 있다.


아기코끼리가 엄마 곁을 바짝 붙어 따라다닌다. 갓 태어난 아가를 모든 코끼리가 둘러싸고 축하를 한다. 그들의 세계에서 2년여 세월을 견뎌야 태어나는 아가는 큰 선물이다. 작은 눈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기다랗고 숱 많은 아가코끼리의 속눈썹 위로 따가운 정오의 햇살이 피어난다.

어떤 동물이든 새끼는 다 귀엽지만 특히 아가코끼리를 보고 있자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나를 열 달 동안 품고 있었을 엄마를 생각한다.

내 아이를 열 달 동안 품고 있었던 나를 떠올려본다.

22개월을 품고 있어야 하는 코끼리엄마나 열 달을 품어야 하는 인간이나 기간의 차이만 있지 생명의 탄생 앞에서는 모두 똑같다.


아이를 내 몸 안에 품고 있다가 세상밖으로 나온 아가를 마주 보는 지상최고의 기쁨을 그 무엇과 비할 수 있겠는가.

자연이 암컷에게만 특별히 내려주신 선물이다.

고통 후에 마주하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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