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 위에서 떨다 / 이영광
고운사 가는 길
산철쭉 만발한 벼랑 끝을
외나무다리 하나 건너간다
수정할 수 없는 직선이다
너무 단호하여 나를 꿰뚫었던 길
이 먼 곳까지
꼿꼿이 물러 나와
물 불어 계속 험한 날
더 먼 곳으로 사람을 건네주고 있다
잡목 숲에 긁힌 한 인생을
엎드려 받아주고 있다
문득, 발밑의 격랑을 보면
두려움 없는 삶도
스스로 떨지 않는 직선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이 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나갔던 거다
경북 의성에 681년 의상 대사가 창건했다는 고운사가 있다. 그 천년고찰 고운사에는 벼랑 끝을 이어주는 외나무다리가 있는가 보다. 외나무다리야 당연히 직선이겠지만은 시인에게는 직선 외나무다리가 수정할 수 없는 인생길로 보였던 것 같다.
물이 불어 험했던 고된 인생길에도 길게 엎드려서 자신의 등위를 걸어가는 누군가를 받쳐주는 길이 되어준 고마운 버팀목인 것이다.
사는 일이 누구에겐 들 녹록하기만 하겠는가.
발밑의 격랑으로 덜덜 떨면서도 결국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야 하는 것이 사는 일 아니겠는가. 부들부들 떨면서도 반드시 건너가야 하는 직선 길을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견뎌내며 간다. 외나무다리가 없다면 건너갈 수 없는 길이다.
작년 3월 대형 산불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이 전소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복구를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이 건너던 그 외나무다리도 불에 타버린 것이 아닐까 걱정이다. 그랬다면 시인의 외나무다리도 벼랑과 벼랑을 더 탄탄하게 이어 줄 수 있도록 복원되기를 기원한다.
모두가 떨면서 건너가는 길을 안전하게 받쳐주던 자신도 스스로 떨면서 견뎌내었을 격랑의 몸부림을 시간이 서서히 어루만져 주리라 믿는다.
산철쭉 만발한 봄이 되면 천년의 세월을 의연히 지켜낸 고운사 가는 길을 조용히 밟아보고 싶다.
잡목 숲에 긁혔던 마음을 엎드려 받아주고 있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