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뭐가 다른 사람

아바타 : 불과 재

by 박지영JYP

오늘 낮에 롯데 시네마에서 영화 '아바타 :불과 재'를 봤다. 함께 간 딸은 두 번째 관람이었다. 친구들과 본 영화를 엄마가 혼자 보러 간다고 하니 따라나선 것이다. 엄마랑 데이트하는 게 좋다면서 따라나서니 더 말릴 수도 없었다.

이 영화는 두 번 보는 게 좋다는 후기도 마침 있던지라 "잘 됐다"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3시간 17분이라는 시간을 지루한 줄 모르고 봤다. 특히 "인간 소년 스파이더가 화근이니 죽여야 한다"는 네이티리의 제안을 반대하던 제이크가 "당신 말이 맞다"며 갑자기 스파이더를 죽이려고 숲으로 끌고 들어가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딸에게 "스파이더가 죽어?" 하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응, 죽어"하고 소곤거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울상이 되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나오는 눈물 훔치랴, 스파이더의 애걸복걸하는 장면 보며 애 태우랴 바빴다.

제이크가 스파이더 등 뒤에서 칼을 힘껏 들어 그의 목을 향해 내리꽂는 순간, 갑자기 그들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깨달은 네이티리가 울면서 다급하게 달려왔다.

제이크의 칼은 허공만을 갈랐다.


스파이더는 죽지 않은 것이다. 안도의 숨을 쉬며 거짓말한 딸을 째려보니 장난이 재미있었던지 깔깔 웃고 있었다. 갑자기 눈물 쏟는 엄마를 보는 일이 딸은 재미있나 보다.

얄미웠지만 그래도 스파이더를 죽이지 않은 제이크와 네이티리로 인해 마음은 기뻤다.


​네이티리의 등장으로 스파이더가 목숨을 건진 건 아니었다. 제이크 스스로 처음부터 스파이더를 죽일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힘겹게 스파이더를 구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제이크는 결심했던 것 같다. 다시는 네이티리가 스파이더를 죽여야 한다는 말을 못 하도록 단단히 못 박아두기로 말이다. 네이티리는 자신이 먼저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숲으로 끌려들어 가는 스파이더를 눈앞에서 보면서 그에 대한 모성애를 새삼 깨닫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파이더를 죽이지 않은 제이크는 역시 영웅이다.

그와 뜻을 같이 하여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거두는 네이티리 또한 여걸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자신에게 해가 된다 하여, 불리하다 하여, 혹은 방해가 된다 하여 자신을 따르고 사랑하는 존재를 처단하는 짓은 영웅이 할 짓이 못 된다.

한 사람의 목숨을 귀히 여길 줄 아는 사람만이 천군, 만군의 목숨도 품을 수 있다.


​언젠가 아바타 4편이 나온다면 아마 하늘사람들(지구인)이 스파이더를 납치하기 위해 다시 판도라를 침공하는 장면으로 시작될지도 모른다.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판도라에서 마스크 없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인간 스파이더는 나비족을 위험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화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비족을 사랑하는 스파이더라는 존재를 결코 내치지 않는 제이크와 네이티리 가족, 나비족 사람들의 의리와 용기가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


'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른 법이다. '난 사람'은 생명을 사람을 귀히 여길 줄 아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자이다.

그런 사람이 지도자인 나라는 행복한 나라다.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은 아바타 3가 오늘 내게 준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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