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자

by 박지영JYP

유튜브로 들어야 할 강의가 있었다. 집중해서 보다가 갑자기 핸드폰을 찾았다. 분명히 가까이 놓아두었던 핸드폰이 보이질 않았다. 핸드폰에 모든 걸 저장해 둔지라 폰이 안 보이면 온 세상을 다 잃은 듯 불안해진다.


이리저리 찾다가 딸한테 전화벨 좀 울려달라고 부탁했다. 음악을 듣고 있던 딸은 갑작스러운 내 부탁이 짜증스러웠나 보다.

"엄마는 왜 매일 폰을 어디 두고 찾는 거야"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던 딸이 자기 폰으로 내 번호를 누르자 반갑고 낯익은 멜로디가 들려왔다.

"아! 잃어버린 게 아니었구나"

행복한 안도감에 환호성이 터졌다.

그리고 그 환호성이 절망적인 탄식으로 변해버린 데 걸린 시간은 10초 이상 지난 후였다.


보고 있던 유튜브 강의가 꺼지고 '사랑하는 딸 **'라고 저장되어 있던 글자가 폰 화면에 뜨는데도 상황파악이 즉시 되지 않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낯익은 전화벨이 울리는 코앞에 놓인 폰을 끔벅끔벅 영혼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머나. 이게 모야?" 하며 안타까운 비명을 내지른 것이다.


"업은 아이 삼 년 찾는다"속담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5분 넘게 찾고 있다가 바로 앞에 세워두고 유튜브를 보던 기기가 스마트폰임을 알게 된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이제 생각이라는 것을 그만해야 하는가?

나의 뇌에 저장공간이 이젠 없나 보다. 아무래도 올해는 정말 쉬어야 하는가? 해놓은 것도 없는데 자꾸 나이만 들어가는 처지가 속상하다. 하지만 어쩌랴. 니이 들어감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리인 것을...


"아, 내일은 뇌에 좋은 영양제라도 사야겠다."라고 생각했다가 마음을 돌려먹었다.

미니멀 라이프는 비단 옷이나 가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뇌와 몸과 마음을 비우는 것도 미니멀 라이프의 삶일 것이다.


잊으면 잊는 대로 조금 불편해도 받아들이고 살아야겠다.

그냥 주어진 대로 살기로 했다.

몸도 마음도 다 비워야겠다. 특히 뇌와 위, 대장과 심장을 비워야겠다.

다만 따뜻한 적정온도만은 맞춰두는 걸로...

개그 한편 찍고 나니 영혼이 꽤 가벼워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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