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통(幻想痛) / 김신용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배어 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 버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목질(木質)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리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는 쉬임 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일까?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는 것은?
허리 굽은 할머니가 재활용 폐품을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 끝으로 사라진다.
발자국은 없고, 바퀴 자국만 선명한 골목길이 흔들린다.
사는 일이, 저렇게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라면 얼마나 가벼울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창밖,
몸에 붙어 있는 것은 분명 팔과 다리이고, 또 그것은 분명 몸에 붙어 있는데
사라져 버린 듯한 그 상처에서, 끝없이 통증이 스며 나오는 것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ㅡ 환상통이란 몸의 일부를 상실했는데도 마치 상실되기 전의 상태인 듯 착각되어 그 부분의 신체적 고통도 그대로 수반되는 증세를 말한다. 심리적 문제라기보다는 뇌의 신경회로 혼란이라고 한다. 심리적 문제라고 해도, 뇌의학적으로 설명해도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신기하기만 하다.
시 속의 화자는 지게를 자기 등에 접골된 뼈라고 했다.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리쳤나 보다. 텅 빈 등 뒤에 마치 지게가 그대로 얹혀있는 듯한 통증이 있었나 보다.
상실감은 환상통의 또 다른 이름인 것 같다.
평생 짊어지고 동고동락하던 생계수단을 돌로 쳐 부술 때의 심정이 아프게 와닿는다. 지긋지긋한 삶의 노역에서 벗어났어도 여전히 통증을 안고 사는 화자의 시선이 더 아프다.
새가 앉았다 날아간 자리에 가지가 가늘게 떨고 있다.
그 떨림은 새의 환상통일까? 나무의 환상통일까? 아마도 둘 다 아닐 것 같다. 지게를 벗어던졌어도 여전한 삶의 고통이 머무는 화자의 등이 느끼는 환상통일 것이다.
텅 빈 공터처럼 변해버린 화자의 등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통증이 스며 나오는 것 같은 바람이 잠잘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