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의 공식

by 박지영JPY

해빙(解氷)의 공식 / 박지영


사랑하는 아내를 냉동시키고

남자의 절망도 얼어버렸다

얼릴 줄은 아는데 녹일 방법을 몰라

아내의 몸뚱이는

남자가 비문 하나 남기고 떠난 후에도

오래도록 이 세상에 머물 것인데


얼렸던 남자의 절망이 해동되는 날

아내는 녹아내린 그리움 하나

통곡하며 다시 얼어야한다


준공 덜 끝난 북아현동 산꼭대기 아파트

어머니가 몸을 풀고 나의 태가 잘려나간

바람 막을 유리창이 없어

머리맡 자리끼가 꽁꽁 얼었다던...

집 돌아온 냥냥이 다시 사라지고

짝 잃고 비틀대던 초록 앵무의 가파른 숨

이별을 몰랐던 눈망울들

나의 냉동도 그때부터였겠지


온갖 것을 다 얼리던 냉동고

며칠째 뜨거운 물이 돈다

얼지 못한 아우성이 난동을 부린다.


얼리고 싶은데 얼지 못하는 것들은

얼어버렸는데 녹고 난 후의 나락을 몰라서

다행이다

미루어둔 것은 반드시 돌아오므로

어는 것을 견디는 용기

아니, 날 것이 더 좋은 해빙(解氷)의 공식

keyword
작가의 이전글라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