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죽을 것 같지 않은 골목 / 박지영
여름볕은 불에 데인 치즈 꼬리
늘어지는 꼬리에 세상이 휘감겨도
벽에 갇힌 목소리는 두껍게 얼어있다
갇힌 목소리, 가둔 목소리
누가 더 추울까 내기를 하면
가둔 목소리가 늘 이겼다 그래서
내기에 이긴 돈으로 핫팩을 산다
그것을 만지작거리면 심장이 꿈틀댄다
유독 단 것이 당기는 날에 벽장을 열어본다
초콜릿 케익 위에 촛불이 흔들리고
설탕인형이 갇힌 목소리와 파티를 한다
갇혀있는 와중에 축배를 든다
춥다는 말. 아프다는 말보다 초췌하지 않아 다행인 언어
혼자만 깊어지는 생채기를 핥다가
여권을 챙기고 핫팩을 챙기고 심장을 챙긴다
두꺼비집을 내리면 전원이 차단될 거다
갇힌 목소리가 녹아내릴 거다
지독한 냉방에서 사라질 거다
푸른 통증이 일러 준 골목에 닿을 때
팽팽했던 곡예는 끝나리라
쌓아둔 시림이 발길 닿은 강변에서 녹으면
긴장한 새가 머리를 쪼아대고
햇살이 가슴을 포개 안을 거다
여름이 끝나가는 길목
뚀 다른 목소리가 모퉁이를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