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은 말이 없다 / 박지영
너 댓 명의 무리들은 얼굴이 말끔하다
그들의 콧잔등에 수선화가 한창이다
6장의 노란 날개
목도리도마뱀을 닮았다
위협을 가하면 펼치고 도망갈 것 같다
팽팽한 날개를 뚫고 나온 나팔을 부는 시간
이 신비로움 누가 준 선물인지
시계를 커피 잔에 담근다
사우나로 기분 좋아진 정지된 시간
빛으로 몰려오는 노란 꽃잎들
듣고만 있는 한 사람
(게르만족들은 이가 빠져도 접시를 안 버린다네요)
누군가 떠드는 억센 소리에
빠진 이가 몇 개인지 세어보다가
버린 접시 몇 개인지 헤아리다가
수선화 키우는 일 접어버린
어깨 처진 한 사람
커피 잔에 빠진 시계를 쳐다보고 있다
이쯤에서 밝히리라 마음먹었는데...
이방인은 나팔이 없다
나팔을 입에 문 수선화는
고결한 족속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