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거짓말

by 박지영JYP

하얀 거짓말 / 박지영


별빛으로 날아와 둥지 튼 은행나무

사원 안마당에 뿌리내린 천백 년 세월

달을 향해 뿜어대는 노란 냄새는

나무가 외로움을 참는 방법입니다


찬 공기에 기침하던 마른 손가락이

편지를 끄적이고 있어요

그 위로 날개 달린 눈이 내려와 꽂혀요

접힌 날개가 파닥이는 몸짓

제 몸을 덥히는 오래 묵은 습관으로

차가운 수액이 무뚝뚝한 피부를 핥아내는

한겨울의 접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면

어느 하늘에 매달려 살았는가 죽었는가 모를

떠나온 그의 별이 궁금해요

여낙낙한 미소만 하늘로 쏘아 올리죠


겨울은 늙은 나무가 위장하기 좋은 계절

아무렇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아픈 너는

안 아픈 나무를 바라보죠


안 아픈 그를 오래오래 바라보고


안 아픈 그의 허리를 흔들어도 보다가


웃음 대신 눈송이가 펄펄 휘날릴 때

차가운 바람이 나무의 목덜미를 깨물 때

놀란 눈으로

천백 년의 신음을 봅니다


나무가 참아낸 비명이 땅으로 안기는 모습

켜켜이 쌓인 그리움이 녹아내리는

거대한 팔뚝 위에서


한겨울의 듬직한 거짓말이

늙은 나무를 구부정하게 맴돌고 있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티오(TO)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