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 박지영
엄마에게 내 나이를 선물하고 싶다
드린 만큼 엄마가 젊어지는 공식
미래의 내 나이 스무 살쯤 드리면
나는 일흔, 엄마는 마흔여섯
내 나이가 엄마보다 많아져도
엄마는 엄마, 나는 엄마 딸
젊어진 엄마가
식혀놓은 맥주를 몽땅 마셨냐고 화를 내어도
그냥 웃어드릴 거야
젊어진 엄마가
니트 티를 늘어뜨렸냐고 신경질 부려도
잠잠할 거야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엄마에게 그렇게 하리라
벤자민 버튼의 시계*를 살 거야
엄마 손목에 채워드릴 거야
거꾸로 가는 세상에서
거꾸로 가는 시계를 차고
소녀가 된 엄마가 변덕스럽게 앙앙 울어도
말없이 눈물을 닦아드리고
거품 채운 목욕통에서 엄마 등을 밀어드릴 거야
뱃속에서 거꾸로 살던 나
엄마 뱃가죽에 거꾸로 뒤집힌 붉은 지네를 만지며
나를 세상에 내보낸 비밀의 문을 두드리며
자장가를 불러드릴 거야
아이가 된 엄마를 토닥이면서
엄마가 그려내던 사랑의 무늬를 연습하리라
엄마 등에서 밤새 울던 아가적의 까탈을 사과드리면
엄마의 웃음소리가 밤하늘의 별처럼
가슴에 쏟아내려 빛을 내리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