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는 '오랑주리 오르세미술관 특별전'에 다녀왔다. 올 들어 처음으로 겨울답게 기온이 뚝 떨어졌던 바람 세게 불던 날이었다. 그림에 문외한인 나는 미술관 나들이 경험이 거의 없다. 시간 있을 때마다 미술관을 찾아 한 작품 앞에 오래도록 서서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사람을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동경해오고 있던 차, 세잔과 르누아르의 작품전을 방문한 것이다.
세잔은 형태와 구조를 중요하게 여겨 회화의 문을 열었고, 르누아르는 빛과 색채로 삶의 기쁨을 표현한 화가라고 한다. 세잔은 색깔 벽돌을 쌓아 올리듯 분석적으로 그림을 그려 영구적인 형태를 만들려 했다고 한다. 르누아르는 부드러운 붓으로 빛과 감각의 순간적 아름다움을 포착하려 했다는 친절한 Al양(^^)의 설명을 염두에 두며 관람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다.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잔의 형태와 구조, 르누아르의 빛과 색채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니 조금은 더 가깝게 작품 속에 들어가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세잔은 사물의 경계선이 명확한 반면 르누아르는 대상과 경계를 선으로 처리하지 않아 대상이 더욱 부드럽게 느껴졌다. 르누아르의 행복한 순간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빛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인상주의는 화가들이 야외로 나가 빛의 순간적인 변화와 색채의 인상을 표착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근대 미술의 토대를 다지게 된 미술혁명이었다. 세잔과 르누아르는 모두 인상주의 운동에서 시작했지만 이후 각자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다. 빛과 색채의 순간적이고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던 르누아르. 형태와 구조의 영원한 질서를 분석적으로 탐구했던 새잔. 그들의 작품도 작품이지만 나는 세잔과 르누아르의 우정에 대해 더 관심이 많다. 젊은 시절부터 미술계의 친구로서 동료로서 오랜 기간 교류하며 다져온 그들의 우정은 예술을 통해 이루어낸 따뜻한 인간애가 아니었나 싶다. 같은 분야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이루어나가는 삶의 여정,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이루어지는 따뜻한 우정을 지켜내며 이루어낸 그들의 성공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