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하기

by 박지영JYP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 알베로니


새로운 것을 찾아낸다는 것은 없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말이니 창조, 발명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발견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찾아내는 일이므로 이런 경우 발명이 맞다. 새로운 눈으로 본다는 것은 기존의 것을 보기만 하면 되는 작업이다. 창작과 발명의 수고가 필요치 않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일이 새로운 눈으로 보는 일보다 훨씬 쉬워 보인다. 그러나 기존의 대상을 새로운 눈으로 본다는 것이 생각보다는 아주 어렵다.


글을 쓸 때, 특히 시를 쓸 때 대상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은 아주 중요하다. 이것을 '낯설게 하기'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기존의 생각으로 우리를 장악하고 있는 관념의 틀에 갇혀있기 십상이다. 인간은 관념의 노예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 시대에는 안 되던 일이 지금은 되고, 그때 부정 당했던 것이 지금은 좋은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즉 그때는 안 되고 지금은 되는 것들, 다시 말하면 그때는 되는 것이 지금은 안 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원인은 우리가 가진 사고의 틀이 변화하기 때문인이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시대가 요구하는 타당한 것으로 간주되는 관습과 관념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이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선구자적인 용기이다.

그 용기는 애정을 담은 관찰에서 비롯되고 그 관찰이 내려준 소명에 합당한 자신의 목표가 지향하는 바 대로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선구자의 삶은 고되다. 벽을 뛰어넘은 선구자의 삶이 존경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혹시 오늘 내가 가진 생각과 말과 행동이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구태의연한 벽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본다. 기존의 것을 의심할 수 있는 창의성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는 글을 쓰게 하는, 특히 시를 쓰게 하는 최고의 원동력임을 깨닫는다. 생각 같아서는 남들은 가지지 못한 안경 하나를 장만하고 싶은 심정이다. 무엇이든 새롭게 보이는 마술안경 말이다. 그런데 그런 안경이 있다한들 그 안경을 쓰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겠는가...

쉽게 거저먹을 생각은 애초에 거두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관찰하고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겠다.

차라리 외계인이 되어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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