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기적

by 박지영JYP

우리가 단 하나의 꽃이 가진 기적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전체가 바뀔 것이다." - 부처 (Buddha)


게발선인장에 관한 기분 좋은 추억이 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담임선생님이 화분 하나씩 제출하라고 하셔서 등굣길에 아이와 함께 화원에 들렀다. 크기도 가격도 적당한 듯해서 급하게 사보내놓고는 잊고 있었는데 겨울방학을 며칠 앞두고 딸아이가 화분을 들고 들어왔다. 뭔가 싶어 보니 몇 달 전에 학교에 보냈던 게발선인장이었다. 보내면 그만이려니 했는데 선생님께서 잊지 않고 돌려보내신 것이다. 화분을 받아 베란다에 놓아두고는 여러 화초들 가운데 섞여있는 게발선인장을 특별히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그때만 해도 꽃이나 나무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그다지 많지 않던 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선인장은 엄마가 예뻐하셔서 엄마집으로 보내어졌다.


아이가 20살쯤 되었을 때였나? 엄마집에 들러 베란다에 나가보니 커다란 화분에서 뻗어 나와있는 꽃이 어찌나 예쁘던지 깜짝 놀랐다. 이 꽃이 어디서 난 거냐고 여쭈어보니 딸아이가 어릴 때 학교에 가져갔다가 다시 가져온 그 게발선인장이란다. 순간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잊고 있었는데 게발선인장은 건강하게 자라 집도 넓혀 이사하고 이파리도 꽃봉오리도 몰라보게 무성해진 것이다. 그만큼 세월이 갔는가 싶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며칠 전 길을 걷다가 어느 화원 앞에 놓여있는 게발선인장을 보았다. 마치 팔려가려고 장터에 나온 아기 강아지들처럼 귀여우면서도 짠한 마음이 들었다. 망설이다가 꽃망울을 많이 달고 있는 놈 하나를 집어 들고 집으로 왔다. 분갈이를 해주고 새집에 입주시켜 놓으니 마음이 뿌듯했다. 불을 끄고 스탠드를 켜면 게발을 닮은 이파리들 가운데가 하나의 두꺼운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불빛아래 비추어 보인다. 이파리 끝에 있는 꽃에게 힘을 주는 생명의 통로이리라. 봉숭아 잎을 돌로 짓이겨 뭉쳐놓은 듯한 인주색깔의 작고 뾰족한 꽃방울들이 마치 엄마 배속에서 나오려 준비 중인 아가처럼 애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그 어떤 찬사로도 대신할 수 없는 지상 최대의 꽃쇼를 보고 있는 중이다. 해준 것이 없는데, 그저 가끔 물이나 조금 주고 내버려 두었는데도 선인장은 혼신의 힘을 다해 피어나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나는 꽃의 존재를 공짜로 음미하며 탄성만 내지르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인가..."

나이가 들면서 꽃이 너무 신비하고 사랑스럽다. 모든 이가 다 그럴 것이다. 친구들의 톡에는 꽃과 나무가 어울려 범벅이니 말이다.

오늘 아침 지상최대의 꽃쇼를 관람하며 나는 신이 주신 이 많은 것들을 거저 얻어 누리는 일에 새삼 감사기도를 드린다. 오늘 아침 단 하나의 꽃의 기적을 보았으니 앞으로 남은 나의 생은 바뀌리라. 기적이 임하리라.

꽃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것 같은 모습이다.

아름답고 감사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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