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 번씩은 떠나고픈 추억으로의 여행
일본에서 20대의 몇 년을 지냈다.
전공어를 공부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도 벌어 썼다.
공부도 하면서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다.
'시끌벅적하지만 볼거리 먹거리로 즐거운
유쾌한 도시 오사카.
교토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즈넉한
옛 정취를 품은 쿠라시키.'
복숭아가 유명하고 고라쿠엔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이 근사한 오카야마.
내가 참 좋아한 도시였다.
해외여행 자율화가 시작된 직후였다.
당연히 지금처럼 빈번히 해외를 다니는 이들이
넘치거나 하지 않을 때였다.
처음 일본 땅에 도착했을 때를 기억한다.
패키지로 간 여행에서 대절한 관광버스에
올라탔다.
들리는 언어는 내가 교과서로만 배우던 그것이었다. 리어카에서 흘러나오는 일본 유행가의
뉘앙스를 실제로 듣게 되는 기분이 묘했다.
내 나라가 아닌 땅을 밟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게 신기하고 얼떨떨했다.
호기심과 열정 가득했던 이십 대 초반,
획일화된 교육안에서 성장한 옛날 사람인
나이다. 첫 해외여행은 '꿈이 현실'로 바뀐
역사적이기까지 한 순간으로 각인되었다.
돌이키면 30년이 훌쩍 넘어서는 오래전이다.
추억은 또렷하고 섬세하게 기억들을
소환해 준다.
아픈 기억이 상처이면 병이 되어
정신을 파고든다. 좀먹듯 따라다니며
육신과 마음도 흔든다.
소중했던 기억은 그 반대편에 선다.
지칠 때 쉬어가는 그늘 아래 나무 밑동이
되어준다. 올려다본 하늘의 맑은 공기와
환한 햇살 한 줄이기도 하다.
더듬어 가면서 기억 속의 또 다른 나를 만난다.
지금의 나와 다르지 않은 나지만
'그때'의 내가 거기에 있다.
젊음으로 팔닥거리는 청춘이 있다.
좌충우돌하지만 '꾸미지 않아도 잔뜩 꾸민 것'보다 눈부셨을 그때를 떠올리는 중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과거로의 기차여행은
느릿하다.
목적지 없이 맘이 동하는 간이역에
내리기도 할 테다.
삶은 계란을 까먹다가 목이 메면
탄산음료로 목을 축이며 가봐야지.
느리게 가는 추억여행이
서서히 경적음을 울리며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