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위해 길을 걷다가 철조망이 쳐진 공터를 만났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의 빈 공간이다. 손보지 않아서 무심히 방치되어 있다.
‘dog park’라는 싸인 아래 몇 마리의 개들이 목줄 없이 뛰어놀고 있을 뿐이다.
들꽃이 눈에 들어왔다.
삐죽하게 철조망 옆으로 삐져나온 하얀, 이름 모를 꽃을 바라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지천에 가득한 꽃들은 볼 때마다 경이롭다. 어떤 명품 물감으로 그려내도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은 색상 때문에 시선을 뺏긴다.
다채로운 색들이 뿜어내는 꽃들의 시각적 아름다움은, 들여다보면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같다.
휴대폰으로 쉼 없이 찍어 저장한 꽃들은 이름조차 모르는 것들이 많지만, 하나같이 예쁘다.
마른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철조망을 삐죽이 뚫고 나온 저 꽃은 작고 하얗다.
“이름이 뭘까?” 생각해 보며 내 길을 갔다.
빈 터에, 돌봄이라고는 받아본 적도 없을 작은 꽃에 한참이나 시선이 머문 것은 왜일까.
그 들꽃의 존재가 궁금한 건지, 그 앞에 발걸음이 멈춘 내가 의아한 건지,
알 수 없는 궁금증이 짧은 그림자처럼 내 곁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