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풍경

by Grace k

루이의 아침 산책 시간이 조금씩 당겨진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 잠을 자는 노견이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 것은,
나이 들어가는 사람과 다르지 않구나 싶다.
오전 6시 40분 배뇨를 위한 첫 산책을 나선다.
오늘 최고 기온이 28도 정도라니
폭염은 아니고 7월의 평균 날씨 정도다.

아침공기는 맑고 선선하다.
반 소매 위에 한 장을 덧입지 않으면
쌀쌀하게 느껴지는 건, 밴쿠버 특유의
건조하고 일교차 있는 날씨 특성 때문이다.

부스스 한 체 눈만 비비고 나가지만
루이와 동행하는 산책은
나에게도 건강한 습관을 허락한다.
돈 내고 시간 내서 gym을 찾는
일도 고려해 보지만 좀체 마음과 몸이
따르질 않는다.
길치에 못지않게
운동에 무신경한 몸치인 탓이다.
자의가 아니지만 이렇게 이른 아침을
산책으로 연다. 그러다 보니, 이 시간에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이제는 이 시간을 즐긴다.
운전자들이 아직은 복잡하지 않은
거리를 달린다.
건너편에 늘 같은 시간 만나는
산책 동지 귀염둥이가 보인다.
꼬리는 쉼 없이 흔들지만 눈이라도
마주치면 짖어대기 바쁘다.
입 막음용으로 주인은 계속 간식을 주는 듯하다.
짖으면 간식을 주니 또 짖어댄다.
결국 서둘러 볼 일을 보게 하고 귀가를
서두르는 게 보인다.
매일 아침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남의 집 반려견 관찰도 아침 산책의
일부가 된다.

어딜 가나 울창한 나무들을 만난다.
가끔씩 비가 와도 빗방울이 굵지 않으면
큰 나뭇잎들이 처마 역할을 해준다.
우산 없이 후디차림으로 나가도 되는 이유다.
그 푸르고 싱싱한 나뭇잎을 올려다보다가
한 장의 빨간 잎을 발견했다.
아주 성급한 가을의 전령이다.
'아니, 벌써' 하고 하고 보니 7월이 거의 다 갔다.
6월 하지를 기점으로 낮 시간이 조금씩 줄어드는 게 보인다.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이
채비를 서두르는 중에 만난 첫 홍엽이었다.

거스를 수 없는 것들이 돌고 돈다.
그렇게 이 아침의 풍경으로 하루를 열어간다.

막 내린 뜨거운 커피 한 잔의 향은 언제나 그윽하다. 산책 후의 루틴을 깨우듯 나를 맞아준다.

또 이렇게 허락된 오늘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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