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을 했다.
달에 한 번쯤 있는 일정이다.
저번 달은 루이의 그루밍과 병원 검진이 있었다.
비교적 분기별로 한 번씩 치르는 일이다.
6월에는 딸의 대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생애 한 번 있을 일생 일대의 날이다.
5월은 미루던 아들의 국적 상실 신고가 있었다.
캐나다 이민자로 오래전 시민권을 땄지만,
한국의 출생 신고자는 거쳐야 하는 행정적인 절차였다.
이것 또한, 살면서 한 번 치르는 일인 셈이다.
몇 달간의 일상적 루틴을 보면
매달, 분기별, 그리고 몇 년...
마지막은 평생에 한 번 있을 일들로 나뉜다.
머리가 자라서 미용실을 찾는 건 두 달에 한 번쯤이다.
친구도 그랬다.
일을 하며 매주 한두 번을 마주치는 동료이자 벗이 있고,
일, 이 주를 넘기지 않고 티타임을 가지는 절친이 있다.
"어, 한 달이나 되었네. 얼굴 보고 밥이나 먹자." 하는 친구도 있는 반면,
한국에 떨어져 사는 친구와는 몇 년에 한 번이 고작인 셈이다.
순환되는 매일 속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명멸한다.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반복되는 일들이 점철되니
1년이 10년 되고, 몇십 년의 과거를 지나온 지금의 자리다.
앞으로 이어질 인생의 여정도
반복되는 일들과 새로운 무언가가 스치듯 내 곁을 찾을 텐데...
지나고 나니 그때가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숨도 쉬어지지 않을 것 같던 시간들을 헤매듯 빠져나온 적도 있었다.
아쉬움과 후회, 그리고 더 지혜로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진다.
그래도 감사함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보이는 형편이 번듯해져서는 아니다.
'마음은 청춘인데' 하는 옛 어른들의 말이
젊은 청춘들 앞의 내 대사가 될 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툴지만 열심을 다해 달려온
인생이 나쁘지 않았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주고 싶어 졌다.
절대적인 평가로 고득점을 받을 인생은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날들을 내 힘으로 살아보려 애쓰며 왔다.
또 그렇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갈 일만 남는다.
가는 길에 주저하는 누군가를 만나면
묻고, 들어주며, 길동무되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른 산책을 다녀온 반려견 루이가
발아래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평온이 고맙다.
그게 고작인 삶이지만,
그거면 내게 족한 인생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