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야, 엄마 왔어

12일 만의 재회 '어라'

by Grace k

한국을 다니러 가면서 가장 염려가 되었던 점은
우리 집 막둥이이자 노견인 루이였다.
잦은 야외 배변과, 소분된 세 번의 식사에 다소 변화가 생기는 일상을 잘 따라주었을까.
비행기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 한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오후 7시에 도착한 나와 엇갈리게 딸이 한국으로 여행을 떠난 시점은 오전이었기 때문이다.
딸이 배변을 시키고,
사료와 물을 넉넉하게 담아두었다고 했다.

드디어 도착,
일명, 엄마 껌딱지로 불리는 루이다.
여행에서 내가 돌아올 때면 잠깐이나마
감격적인 상봉의 전형을 보여주곤 했다.
별 짐도 없었기에 폰을 꺼내 들고
우리의 만남을 동영상에 담아볼까,
잠깐 고민했다.
"아니야, 뛰어나올 루이를 힘껏 안아주자,
루이야, 루이야 엄마 왔어!!!"
소파 옆에 엎드려 세차게 코를 고는 루이의
동글한 뒤태를 발견했다.
아, 귀가 잘 안 들리지,
다가가서 톡톡 두드리며 등을 쓰다듬었다.
부스스 잠에서 깬 루이가 '킁, 킁' 냄새로
뉘신 지를 파악 중이다.
잠시 주변을 서성이더니... 끝.
"엉, 그게 다야? 엄마 왔다고!!"

동영상을 찍었더라면 민망함은
오롯이 내 몫이 될 거였다.
12일 만의 귀국과 상봉이
극적임은커녕 백색소음처럼
고요히 끝이 났다.
"우리 루이, 엄마 빈자리 없이 잘 지냈구나
그래, 그래야지 잘했어...
엄마 솔직히 좀 서운할 뻔했지만
분리불안 따위 없는 우리 루이
다행이지 뭐야."
애써 서운할 것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실수한 흔적도 없는 루이를
안고 나갔다. 밀린 배변을 해결하니 안도와
피로가 쏟아진다.
귀국의 신고식은 이렇게 잔잔히 막을 내렸다.
막둥이 루이도,
친구와 둘이서 첫 한국행을 감행한 딸도
많이 컸다.

그 사이 엄마는 이만큼 나이가 들었네.
묘한 안도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 같은
감회가 마음 한편을 후욱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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