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사냥 1
살면서 가끔은 몇 번씩 반복해서 보는 영화와 글을 만난다.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과 영화 몇 편이 그것이다.
오랜만에 그중 한 편을 다시 봤다.
아마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본 것을 포함하면
대 여섯 번쯤 본 것 같다.
세 배우의 케미와 추운 겨울 아리게 전해져 오는
로드무비의 감성, 기가 막힌 배경음악이 선사하는
감동, 1984년작 배창호 감독의 '고래 사냥'이다.
'나도야~ 간다'
'정~주고 떠나시는 님 나~를 두고 어딜 가나'
영화 음악을 맡은 가수 김수철이
병태의 풋풋하고 나이브한 열정을 연기했다.
깊은 상처로 실어증에 걸린 춘자를 연기한 여주인공은 이미숙이었다. 청순한 아름다움이 더해져 영화의 시너지를 배가시켜 주었다.
그 외, 이대근의 야만적이고 집요한 저돌성,
남포동이라는 조역의 감칠맛 나는 꼬붕역이
쫓고 쫓기는 겨울 설원 속 긴장감을
더해준다.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고 견인해 가는
중심축에는 안성기가 있었다.
"어 얼씨구 씨 구 들어간다 , 저 얼씨구씨구 들어온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처음부터 그는 어디서 무얼 했던 인물인지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넉살과 때로는 촌철살인의 위기타파 능력을 펼치며 영화를 가볍지 않게 끌어간다.
화면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 설원 속을
도망치는 세 영혼의 자유를 향한 몸짓이다.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병태,
시종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의 민우,
의지와는 상관없는 감금이라는 구속으로부터
빠져나오려는 춘자, '
그들은 길 위에서 오해하고
배신하며 상처 입다가 결국 마음을 모은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목적지는 우도,
춘자의 고향이다.
누구도 더 나은 삶에 안착하지 않았고
그들은 제 갈길로 흩어지지만
언 눈으로 가득했던 겨울이 해빙기를 맞는다.
그들의 삶에도 저만치 봄이 오고 있음을
관객은 느끼게 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배창호 감독의 삶을 바라보는 통찰과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가 촘촘하게 만들어간
좋은 영화였다.
이 겨울의 끝에도 우리를 기다리는 각자만의
봄이 깃들기를.
2025년, 겨울 초입의 시린 날에
덧)유튜브 채널 한국고전영화(korean classic flim)에서 감상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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